방글라데시 의류공장에 하청을 맡겨온 글로벌 의류업체들이 근로자의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의류공장과 안전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단체에 떠밀려 나온 협약인데다, 참여를 하지 않는 업체도 있어 여전히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14일 AP 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의류업체 H&M은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5년 기한의 안전협약에 서명하겠다고 13일 밝혔다. 방글라데시 의류공장들의 최대 고객인 H&M과 함께 네덜란드의 C&A, 영국 테스코와 프리마크, 스페인 인디텍스 등도 협약가입을 약속했다.
협약에 따라 원청업체들은 향후 하청업체 공장들에 대한 별도 안전검사 수행과 공개보고서 작성, 연간 50만 달러 규모 안전 개선비 지원 등을 추진해야 한다. 방글라데시 소재 5,000여개 의류공장 중 500~1,000개 정도가 이번 협약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류업체들은 15일까지 안전협약에 서명하지 않으면 집회를 벌이겠다는 노동자단체의 경고 직후에 협약가입을 결정했으며, 그나마 주요 원청업체인 월마트는 아직 이 협약에 대한 동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갭(GAP) 역시 법적 책임을 우려해 머뭇거리고 있다.
지난 달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의류공장 붕괴로 인한 사망자는 최종 1,127명으로 집계됐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날 공식적으로 수색작업 종료를 선언했다. 2,438명이 구조됐으며, 98명은 실종으로 처리됐다.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이번 의류공장 건물붕괴 사고는 지난해 11월 공장화재로 112명이 사망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발생하면서 화재사고 당시에 안전협약이 이미 체결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물붕괴 17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최후의 생존자 레쉬마 베굼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안전협약이 체결돼도) 의류공장에서는 더 이상 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문은 “안전협약이 레쉬마를 비롯한 사고 관련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부족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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