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수장들에 대한 물갈이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후 한동안 뜸했던 공공기관장들의 사의 표명이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14일 산업부에 따르면 허증수(53)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과 정승일(68)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안승규(64) 한국전력기술 사장, 강승철(53) 석유관리원 이사장이 최근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허 이사장과 정 사장 등 5, 6명의 공공기관장들이 사의를 표명해 왔다”며 “앞으로도 추가로 더 물러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의를 표명한 공공기관장들의 공통점은 이른바 ‘MB맨’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허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과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정 사장과 안 사장은 현대건설 임원 출신이다. 강 이사장 역시 이명박정부 인수위에서 에너지대책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산하기관장들에 대한 인사 기준으로 ‘국정철학 공유’를 언급한 뒤 이들은 ‘교체대상 1순위’로 거론돼 왔다.
이중 아직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허 이사장과 강 이사장의 경우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는 정부 측의 사퇴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들도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이어 김재홍 산업부 1차관은 지난달 22일 이들을 향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김 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장 교체와 관련해 “누가 사표를 내야 하는지는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강수 사장만 사표를 낸 것은) 좀 잘못된 것 아니냐. 정 모르면 알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가에서는 이들 외에도 옷을 벗는 기관장들이 앞으로 더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 차원에서 진행 중인 공공기관 경영평가 또는 감사결과가 늦어도 다음달 중순쯤이면 마무리될 예정인 만큼,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공기업 수장들이 대거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이른 시일 내에 ‘줄사표’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김 차관은 “(경영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한 적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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