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가 보조금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특별감사를 약속했지만 두 달째 차일피일 미적대면서 의혹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시는 감사반에 참여할 회계사를 구하지 못해 감사가 미뤄지고 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아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14일 시에 따르면 순천시 상사면에 위치한 노인전문요양시설인 E마을의 보조금 횡령 및 직원 퇴직금 이중장부 등 각종 부정ㆍ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 1월. 당시 노조는 E마을 측이 요양보호사들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하고 직원들의 퇴직적립금 내역을 기록한 장부를 이중으로 작성, 퇴직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법인 측이 2008년과 2012년에 시설종사자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수십만 원씩 임금을 삭감하면서 사무국장과 요양과장 등 관리자들의 월급은 인상시켰다"며 "이런 방식으로 삭감돼 체불된 근로자 임금이 2,000여 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실제 시는 지난 3월 노조와 E마을 현장합동조사 과정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정산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퇴직금 대장과 이중 장부를 확인했다. 또 퇴직금 적립통장에서 사용처를 알 수 없는 2,500만원이 빠져나간 기록도 확인했다.
그러나 시는 이 같은 비위 사실을 적발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지난달 2일 E마을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하기로 노조와 약속했다. 노조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을 앞두고 E마을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하자 시가 마지 못해 특별 감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시는 노조와 약속한 지 40여일이 지나도록 감사 착수를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노조 일각에선 "E마을을 비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가 지난 1월 E마을의 국고보조금 집행 내역 등 각종 회계서류에 대한 노조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고도 "E마을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도 비호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노조는 "자료 공개도 하지 않고 약속된 감사도 일방적으로 연기시켜 시가 E마을을 감싸고 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며 "조속히 투명한 감사 진행으로 의혹을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매일 시청 앞에서 순천시 규탄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특별감사반은 전남도와 시청,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 회계사 등 모두 4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감사에 참여할 회계사를 구하지 못해 감사가 미뤄지고 있을 뿐 E마을을 비호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다음 주중에는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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