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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업' 주식시장서 심판… 신 갑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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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업' 주식시장서 심판… 신 갑을시대

입력
2013.05.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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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밀어내기 강매), 포스코(라면상무) 등 '갑(甲)의 횡포'를 일삼는 나쁜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요즘 소셜네트워크 등의 발달로 기업 평판이 중시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기업들이 이젠 실적만이 아니라 을(乙)을 대하는 태도로도 평가 받는 '신 갑을(甲乙) 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까지 투명경영 등 사회적 책임(CSR)을 잣대로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평판이 좋은 '착한 기업'의 주가가 더욱 각광 받을 전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평판이 좋지 않은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평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남양유업 주가는 2.69% 하락했다.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직전 거래일까지 하락 폭도 13.81%에 달한다. 포스코 계열사(비상장) 임원이 "라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며 항공사 여성 승무원을 잡지로 때리는 추태를 부린 직후 모기업인 포스코도 시장의 심판을 받았다. 이 사건 발생 직후 주당 37만1,000원이던 포스코 주가는 31만5,500원까지 떨어졌다가, 그룹 차원에서 대국민 사과(4월 22일)를 하자 진정됐다.

올해 1분기 8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연초 발생한 경기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로 사회적 비판이 고조됐던 기간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58만4,000원(올해 최고가)에서 137만2,000원까지 급락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갤럭시S4 출시를 앞둔 휴대폰 시장의 우려와 함께 불산 누출 사고 등 복합적 요인이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신용평가사들도 과거엔 평판 리스크가 기업 실적이나 재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드물어 애써 무시했지만, 최근 들어선 남양유업처럼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사태로 번지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평판을 등급 산정의 주요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A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요즘 신용평가 과정에서는 오너나 임직원의 품위 유지, 기업 이미지, 시장 분위기 등 기업 평판이 필수적인 고려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평판 좋은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경우도 있다. 필름형 박막 콘덴서 소재를 만드는 삼영화학은 2011년 시장점유율이 90%에 달할 만큼 잘나갔지만, 오너 가족들이 20% 넘는 지분을 쏟아내면서 주가가 반토막 났다. 매각금액 대부분은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관정재단에 출연됐다. 이 재단은 매년 수백 명의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영화학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도 간혹 있지만, 평판이 좋은 기업들의 주가는 결국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리서치회사 서스틴베스트가 400개 국내 상장기업의 주가수익률(2008~2011년)을 조사한 결과, 환경ㆍ사회ㆍ기업지배구조 부문에서 최고 등급(AA)을 받은 25개 기업의 수익률은 36.83%에 달했다. 반면 '나쁜 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최하위 등급(E) 37개 기업은 마이너스 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이른바 '착한 기업'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경영 안정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에게도 안전한 투자기회를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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