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아동복지시설은 지난 2005년 시설 내 만 14세 미만 무연고 아동 약 20명의 유전자(DNA)를 일괄 채취해 경찰에 제공했다. 아동들의 유전자 정보가 실종자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뒤 같은 유전자를 가진 보호자의 정보가 DB에 오르면 그 사람은 100% 부모나 형제다.
무연고 아동들에게는 유전자 정보야 말로 혈육을 찾아 줄 확실한 희망이었지만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복지시설에서는 유전자 매칭(matchimg)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유전자 검사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관련 정보는 자동 폐기된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2년. 이 아동들이 유전자 DB로 보호자를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종자의 유전자에 비해 의외로 보호자들이 등록한 유전자 정보가 턱 없이 적기 때문이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실종자의 보호자를 찾기 위해 유전자 정보 DB를 구축한 2004년 4월부터 올 3월말까지 9년간 DB에 유전자를 등록한 무연고 아동ㆍ지적장애인ㆍ치매노인은 모두 2만4,764명이다.
법률 시행 초기 전국 보호시설에서 일제히 추진해 1만5,000명이 등록한 2004~2006년을 제외하면 매년 1,000~2,000명의 실종아동 등이 유전자 정보를 DB에 등록했다.
반면, 보호자 유전자 정보는 2004~2006년 748명이 등록한 이후 매년 100~200명만 추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말까지 유전자 정보를 등록한 보호자들은 1,732명으로 실종자와 비교하면 7%에 불과하다. 이 바람에 지난 9년간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이는 14세 미만 아동 110명과 지적장애인 112명 등 236명에 불과하다.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데 이보다 정확한 방법이 없는데도 유전자 정보를 등록하는 보호자들은 왜 적을까. 보호시설 관계자들은 "모든 이들이 잃어버린 가족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보호시설 등에 따르면 무연고 아동의 부모들은 출산 당시 경제사정이 어려웠거나 철없는 나이에 아이를 낳은 경우가 많다. 애초부터 잃어버린 게 아니라 버렸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무연고자 보호시설에 있는 지적장애인이나 치매노인들도 마찬가지다. 한 아동보호시설 관계자는 "천신만고 끝에 부모를 확인해도 아이를 안 데려가거나 만나는 것조차 거부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전자 정보는 전국 경찰서에서 동의서를 쓰고 타액만 채취하면 등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실종자 보호자나 실종신고를 하러 온 이들에게 유전자 등록을 고지하고 있지만 등록률은 좀체 높아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비장애 아동보다는 장애아동이나 치매노인 보호자들이 실종신고만 접수하고 유전자 등록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정보라 자발적으로 해야지 경찰이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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