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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금이 '방미 성과' 재탕 홍보할 때인가

입력
2013.05.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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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을 하고 와서 한 번쯤 브리핑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개최한 것이니 '그것'과 연결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13일 오전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순방 경제분야 주요 성과 브리핑 직후 윤상직 장관이 '그것'과 선을 그었다. 여기서 말하는 그것이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이다.

하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이날 브리핑에서 윤 장관이 밝힌 내용은 대부분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들이다. 보잉사 등 미주 7개 기업으로부터 총 3억 8,000만달러 투자 유치 성공, 셰일가스 등 미래에너지 분야 상호협력을 다짐한 한미 에너지협력 장관 공동성명 발표 등 모두 나온 얘기의 재탕일 뿐 새로운 뉴스는 전혀 없었다.

그렇다 보니 굳이 재탕 소식을 전하기 위한 브리핑의 진짜 목적이 의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곧, 정부가 나서서 방미 성과 홍보로 윤창중 사태를 덮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이다.

평소 소통을 중시하는 윤 장관의 선의를 헤아리면 순수한 목적의 브리핑을 자처했을 수 있다. 또, 한 개인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 때문에 해외에서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성과물이 묻혀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은 윤 장관의 선의를 감안하기에는 훨씬 엄중해 보인다.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해외순방 도중 성추행이라는 파렴치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그 무엇으로도 덮을 수 없고 덮어지지도 않는다. 게다가 윤 전 대변인의 '윗선', 다시 말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그를 국내로 도피시켰다고 볼 만한 정황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만큼 정부는 이번 방미와 관련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고, 당분간은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게 마땅한 상황이다. 즉, 청와대든 정부든 성과 홍보를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김정우 산업부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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