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직 수석연구원이 회사를 상대로 300억원대 특허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 동안 퇴직 연구원이 발명특허 보상을 요구한 적은 있었지만, 현직이 소송을 제기한 건 이례적이다. 선고 결과는 23일 나올 예정이다.
13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안모(49) 연구원은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직무발명 특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안 연구원이 발명한 특허는 '휴대폰 초성 검색특허'. 예를 들어 휴대폰 자판에서 '홍길동'이란 이름을 검색할 때 초성인 'ㅎ'을 누르면 'ㅎ'으로 시작하는 이름들이 화면에 뜨고, 'ㅎㄱㄷ'을 연달아 입력하면 홍길동처럼 초성 세 글자가 같은 이름들이 검색되는 것이다.
안 연구원의 발명특허가 적용돼 생산된 삼성전자 휴대폰은 지난 200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0억2,600만대로 알려졌다. 안 연구원 측은 "국내에서 생산된 휴대폰에 자체적으로 평가한 대당 평균단가를 14만7,038원으로 산정해 총 매출액은 150조원이 넘는다"면서 "회사 쪽의 공헌도 등을 86.5%로 인정하고 발명자의 기여 정도를 13.5%로 계산했을 때 직무보상금은 305억4,890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안씨 측은 거액의 인지대를 감안해 우선 1억1,000만원을 청구한 상태이고, 추후 청구액을 늘릴 계획이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이 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최근 법원도 직무관련 보상에 대해 발명자의 기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같은 법원 민사합의 12부는 삼성전자 전직 연구원이 낸 직무보상 청구소송에서 발명자의 기여도를 10% 인정하면서 60억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안 연구원의 발명특허에 대해 현재 회사가 소송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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