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중도 귀국을 실무적으로 도왔다는 정황들이 확인되면서 정당한 조치였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를 방미 수행단에서 격리시켜 돌려 보낸 것은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가 성범죄 혐의자를 빼돌린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게 됐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청와대 실무진이 8일 오전 성추행 의혹을 처음 인지한 이후 이남기 홍보수석과 윤 전 대변인, 전광삼 선임행정관 등은 1차 대처 방안을 급박하게 논의했고, 윤 전 대변인이 일단 귀국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윤 전 대변인이 미국 경찰에 체포되거나 현지에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는 등 사단이 벌어지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워낙 컸던 듯 하다.
당시 윤 전 대변인은 미국 경찰이 숙소로 출동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오늘 가장 빨리 떠나는 한국행 비행기는 몇시에 있느냐"고 묻는 등 스스로도 귀국할 의향이 있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그는 수행단에 맡겨 두었던 여권을 찾아 공항으로 떠났고,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주미 한국대사관이 항공권을 예약했다. 윤 전 대변인이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미국 경찰을 피하기 위해 이 수석의 호텔방에 머물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종용'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가 귀국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귀국을 적극 지원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같은 조치는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을 도피시켰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위 공직자가 전혀 조사를 받지 않고 재빨리 비행기에 올랐다는 것은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대목이다. 윤 전 대변인이 일단 귀국한 이상 미국에 송환돼 조사를 받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야권 등에선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을 수행단에서 격리시킬 수밖에 없었다면 워싱턴에서 조사 받게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변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던 윤 전 대변인을 워싱턴에 혼자 남겨 두는 것은 정치적, 외교적으로 무리였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또 미 정부가 윤 전 대변인이 박 대통령 순방 중 현지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은 부담스러우니 알아서 출국시키라고 우리 정부에 간접적으로 요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