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산물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관세를 대폭 낮춰 값싼 수입물량을 들여오던 할당관세 제도 이용을 자제하기로 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농민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다는 우리 사회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3일 한국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앞으로 농산물 가격 상승폭이 약 20~30%에서 움직일 때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의 판단에 맡길 계획"이라며 "이달 말쯤 배추와 양파에 대한 '가격 안정대 정책'(가칭) 방안을 확정하고 6월부터 품목을 확대해 본격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농산물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값싼 수입 물량을 즉시 늘리는 등의 적극적인 가격안정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농민들은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도시 소비자들의 물가 안정을 위해 농어촌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정부는 우선 이달 중 소비자ㆍ생산자 등이 참여하는 국민공감위원회를 설치, 특정 농산물에 대해 안정대ㆍ주의ㆍ경계ㆍ심각 등의 4단계로 가격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하기로 했다. 농축산물 가격이 주의 단계에 이르면 산지 점검과 시장조사 조치를 취하고, 경계 단계부터 할당관세를 적용해 공급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농축산물 가격이 급락할 때도 경계 단계 이전까지는 수입 연기와 같은 물량 조절을 자제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물가는 심리에 좌우되는 만큼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조치도 필요하지만 소비자와 농민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예컨대 겨울에는 딸기가 비쌀 수 밖에 없는데, 소비자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해야 농촌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데도 수입 물량을 제한하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가격 안정대 정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며 "국민공감위원회 논의를 통해 품목별 가격 안정대의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