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자신의 절도를 신고했다고 전해 듣고 이웃 주민을 둔기로 기절시킨 뒤 바다에 수장시킨 인면수심의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 동해해양경찰서는 13일 이웃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김모(57)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7일 오후 10시45분쯤 동해시 묵호항 인근 자신의 집에서 이웃 주민인 임모(68·여)씨의 머리를 둔기로 10차례 때린 뒤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1999년 6월 절도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김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당시 자신을 고발한 사람이 임씨라는 얘기를 들은 뒤 치밀한 사전준비를 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사건 당일 오전 10시쯤 임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인 뒤 이날 오후 10시까지 막걸리 5병을 나눠 마셨다. 같이 담소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는 등 술자리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김씨는 임씨가 술에 취하자 돌변했다. 김씨는 미리 준비한 둔기를 꺼내 임씨의 머리를 10여 차례 내리친 뒤 자신의 집 외부 2층 계단에서 굴려 떨어뜨렸다. 이것도 모자라 김씨는 정신을 잃은 임씨를 리어카에 싣고 자신의 집에서 450m 떨어진 묵호항에 빠뜨렸다.
김씨는 특히 임씨가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이를 지켜보며 "잘 가라"고 태연히 말하는 등 반인륜적인 행동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임씨의 시신이 발견된 8일부터 수사를 벌이던 경찰은 김씨의 집에서 '내 둔기로 죽임'등 범행 내용이 담긴 노트를 발견해 추궁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피해자가 고발했는지 확인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앙심을 품고 계획적인 보복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웃을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담담하게 범행 일체를 털어놓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동해=박은성기자 esp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