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동안 피눈물 나게 고생했는데 이렇게 라인(생산시설)에 복귀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입니다"
13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3라인에서 만난 정찬기(53) 제조품질2팀 기술선임은 말하는 내내 황토색 작업복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2009년 무급 휴직자로 회사를 떠난 이후 라인에 정식 재투입된 첫 날이기 때문이다.
정 기술선임은 1991년 쌍용차에 입사해 18년간 정비센터에 몸담았던 '쌍용맨'이었다. 그는 "쌍용차 근무경험을 살려 지난 4년간 중소 기계제작업체에서 일했지만 어머니 병원비와 두 자녀의 학비 등 필요한 돈이 많아 생활고에 시달렸다"며 "못난 가장 때문에 고통 받았을 주변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향에 돌아온 것 같아 정말 기쁘다"며 "무엇보다 복직자들을 따뜻하게 맞아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쌍용차는 2008년 이후 만 4년 만에 주야 2교대 근무제를 재도입했다. 2009년 2,600여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는 등 혼란을 겪었던 쌍용차가 다시 경영 정상화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번 2교대제 재도입으로 현재 밀려있는 대기물량을 해소하고 올해 판매 목표량인 14만9,300대 달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쌍용차의 생산량은 많이 늘어났다. 쌍용차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코란도C와 코란도 투리스모 등 신차들의 선전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늘어난 3만1,265대를 기록했다.
늘어난 판매를 뒷받침하려면 생산을 늘릴 수 밖에 없어 주야 2교대제를 시행하게 됐다. 주야 2교대제는 주간조가 11시간(오전 8시 30분~오후 9시), 야간조가 9.5시간(오후 9시~오전 7시 30분) 조업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지난달 노사 양측은 주간 연속 2교대(연 4000시간)에 비해 근무시간이 긴 주야 2교대(연 4500시간)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늘어난 근무시간과 일자리는 460여명의 복직자들로 채워졌다. 이 가운데 330여명이 주야2교대제를 재도입한 조립3라인에 투입됐다.
경영 정상화에 파란불이 켜지고 복직자들이 라인으로 출근하자 평택공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정 기술선임을 비롯한 주간조 근무자들은 이날 오전 8시 공장에 출근해 청소를 하고 기계를 정비했다. 오전 10시30분에 주어진 10분간의 휴식시간에도 대부분의 근무자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라인을 살폈다. 정 기술선임은 "그만큼 이 자리의 소중함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쌍용차 경영이 완전 정상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있다. 1,900여명의 희망퇴직자들이 여전히 공장복귀를 위한 농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유일 쌍용차 대표는 "연간생산량 17만대 수준이면 흑자 달성이 가능하다"며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소형SUV 'X100'이 출시되는 2015년 상반기에 희망퇴직자들의 추가 복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택=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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