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로 불리며 다루어지는 소재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몇 달 정도 지나면 열기가 식어버린다. 그러나 성폭력에 관한 기사와 논쟁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민감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성폭력과 관련된 문제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성폭력 관련 기사 그 자체보다 낮은 형량에 관한 논란이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화학적 거세 판결은 국민 여론을 의식한 실로 파격적인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종의 본보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최근 장애를 가진 친딸을 형제들과 집단으로 장기간 성폭행한 아버지가 징역 3년 6개월이라는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을 받았다. 이에 비해 남자 어린이를 추행한 이번 사건은 징역 3년 4개월과 화학적 거세 등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처벌의 의의를 응징으로 보지 않고 범죄 예방과 범죄자의 교화 측면에서 본다면 범죄자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이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처벌의 기능은 바로 교화이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보면 출소한 범죄자가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교도소에 가두는 행위 자체만으로 성범죄자들의 교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지금도 판결내용 중에 일정 시간의 성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출소자들의 재범률을 보면 그 효과는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출소 후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으로 재범을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판결 과정에서 피해자의 저항 여부를 중요시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성폭력 예방 교육을 보면 강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압도적인 힘에 짓눌려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제대로 이성을 유지하고 저항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실제 성폭력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범죄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정신 심리학에서는 증오와 피해의식이 약자에 대한 정복욕과 그에 수반하는 쾌감을 충족하기 위해 일어나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가해자는 오히려 약자의 저항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더욱 큰 쾌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저항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고 교육하고 있다.
제도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에서도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간혹 매체에서 성폭력 관한 기사에서 '야한 옷차림이 성폭력을 야기한다'등의 제목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말이 심심치 않게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면 성범죄를 당한 사람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아직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비싼 물건을 갖고 있어서 도둑질을 당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성폭력 피해자도 똑같은 시선으로 봐야 하는데, 유독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참으로 모순된 현상이다.
또한 트랜스젠더같은 성적 소수자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미성년자인 남성에 대한 성폭력도 공론화될 필요성이 있다. 그에 따라서 전에는 형법 제297조가 피해 대상을 부녀자로 명시하고 있었지만 2012년 사람으로 대상을 바꾸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의 의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성폭력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의식의 개선과 더불어 제도가 형벌을 높이는 것에만 집착하지 않고 성폭력 이후에 발생하는 2차 가해의 제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준석 안양 성문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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