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축구 관전 문화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2005년 3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북한과 이란의 경기에서 북한이 0-2로 패한 뒤에 수천 명의 북한 관중이 판정에 항의하며 심판과 이란 선수들을 향해 물병과 의자 등을 투척한 기록이 있다. 또 2011년 역시 평양에서 열린 일본과의 월드컵 예선 때는 5만명의 북한 팬들이 각종 깃발을 흔들고 메가폰과 북을 이용해 응원전을 펼쳤다는 정도다. 이것도 국제대회이고 국내대회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영국 BBC 기자가 북한 국내 축구 경기를 관전하고 난 감상문을 13일(한국시간) BBC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화제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팀 하틀리 기자는 '북한의 조용한 축구 경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경호원들과 함께 방문한 김일성 경기장은 5만을 수용하는 관중석이 가득 차 있었다"고 첫 인상을 전했다. 평양팀과 압록강팀의 경기를 관전한 하틀리 기자는 "유럽의 축구 경기와는 매우 달랐다. 입장을 기다리는 줄도 없고 핫도그를 파는 가게도 없었다"고 특이한 분위기를 묘사했다.
하틀리 기자는 다른 몇몇 서양 사람들과 함께 VIP 박스에서 경기를 봤다. 입장료는 30유로(약 4만3,000원). 경기는 저녁이 아닌 오전 9시30분 시작됐다. 응원소리를 내거나 깃발을 휘두르는 장면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어두운 색의 양복과 빨간 넥타이, 김일성 배지를 단 남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군인으로 보이는 관중도 있었는데 동원된 사람들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양팀이 페널티킥을 얻었을 때도 관중석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보다 못한 하틀리 기자 일행이 서양식 응원 구호를 외쳤지만 북한 사람들은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고 했다. 골이 들어갔을 때도 관중은 물론 감독과 선수들도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하프 타임에는 밴드 두 팀이 나와 양쪽 골대 뒤편에서 각각 연주를 했고 관중은 여기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에 평양이 득점에 성공해 승리하자 하틀리 기자는 "아마 심판이 김일성 스타디움을 홈 구장으로 쓰는 평양이 이기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 같았다"고 분석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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