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방미 일정 말미에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동포 여학생과 부모님이 충격을 받고, 동포 여러분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을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장ㆍ차관 후보자들의 낙마 사태와 관련, 허태열 비서실상과 대변인을 거친 '2중 대독 사과'를 했다. 또 지난달 야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에서도 유감의 뜻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공식회의에서 스스로 길게 공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당을 비롯한 사회 일각에서는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하지만, '윤창중 사태'의 기본 성격에 비추어 국정 최고운영자인 대통령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에는 충분히 답했다고 볼 만하다.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사실관계가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거나 "미국 측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다짐, "누구도 예외 없이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지시까지 덧붙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추가 요구를 찾기 어렵다.
다만 이번 사건이 한 고위 공직자의 '성추행 논란'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조직관리 실태나 국정 전반의 위기관리 태세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어제 "비서실 등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겠다"고 약속하면서 "모든 공직자들이 처신을 돌아보고 자세를 다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의 급거 귀국 과정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나 대통령 보고의 지연 등은 공직기강 확립 차원을 넘어 '위기대응 태세'가 아직 제대로 다듬어지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정비가 시급히 이뤄져야 함은 분명하다. 그 시험대가 우선 청와대 홍보라인의 책임을 확실하게 가리는 일이다. 인선에는 폭넓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인성 평가도 결코 소홀히 해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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