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분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는 게 목표예요. 하나 둘 나누다 보면 각박한 우리 사회도 더 나아지지 않겠어요?"
13일 서울 관악구 행운동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나눔 방앗간'. 한낮의 열기에도 이곳 직원 11명은 떡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모두 잠재적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지병을 앓거나 가족 중에 중증장애인이 있어 사회생활이 힘들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행운'동에서 '행복 가득한 떡'을 빚고 있다. 이 방앗간을 세운 사회복지기관(관악일터나눔지역자활센터)의 소개로 연을 맺은 게 계기였다.
월급은 100만원 남짓이지만 땀 흘려 벌었다는 자부심은 누구 못지않다. 오상록(36ㆍ사진) 전무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최선의 복지"라며 "사회적 기업 중에서도 직원 전부가 저소득층인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일자리는 그간 사회적 관심 밖에서 떠돌며 상처 입은 자존감에도 치유의 싹을 틔웠다. 저소득층을 채용해 수익이 나면 신규 고용시 또 다른 저소득층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등 고용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왔기 때문. 오 전무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다른 저소득층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직원들도 매우 뿌듯해 한다"고 말했다. 나눔 방앗간의 매출은 개업한 2010년 6,000만원에서 지난해 1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직원 수도 5명에서 11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주력 상품을 냉동 증편으로 전환, 수익 확대에 나섰다. 증편은 막걸리로 발효시켜 만드는 떡. 상온에서 유통기한이 3일에 불과해 그간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증편을 냉동해 유통기한을 6개월로 늘렸다. 지난달에는 냉동 증편 1,800만원어치를 미국에 수출했고, 그 여세를 몰아 손익분기점(3억원)도 넘긴다는 게 올해 목표다.
오 전무는 "앞으로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나누기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나눔 방앗간이 안정된 생활터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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