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ㆍ1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시장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전문가들조차 아파트 가격 동향을 놓고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12일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부동산114는 이달 둘째 주(6∼10일) 시황분석 자료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난주보다 0.02% 올랐다"면서 "강남권 재건축 훈풍이 일반 아파트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부동산써브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4주 만에 다시 하락(-0.01%)했다고 발표했다. 두 업체의 분석 결과는 지역별로도 차이가 커서 서초구 아파트의 경우 0.03% 상승(부동산114)과 0.02% 하락(부동산써브)으로 엇갈렸다. 지난 주말 발표된 한국감정원(0.09%)과 KB국민은행(-0.01%)의 시황분석도 큰 격차를 드러냈다.
4∙1 부동산대책 이후 시장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 걸까. 결론적으로 호가만 상승세를 보이고 거래량 증가는 기대보다 부진하다는 게 현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주택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서울 강남권만 해도 일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올랐지만, 일반 아파트들은 4ㆍ1 대책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같은 지역이라도 매매가격이 오른 아파트와 하락한 아파트들이 혼재하다 보니 정보업체조차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방향성을 상실한 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외견상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4ㆍ1 대책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올 들어 조합설립인가(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건축심의 통과(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등 호재가 잇따른 덕분에 호가가 수천 만원씩 올랐다.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방향'에 따라 최고 50층까지 지을 수 있는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112㎡형 실거래가격이 4월 한달 새 1억원이나 치솟았다. 이주가 90% 가까이 진행된 가락시영아파트도 4,000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박준(60) 잠실박사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재건축 호재에다 4ㆍ1 대책이 가세해 매수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반 아파트 단지에선 재건축 단지의 온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잠실주공5단지 옆 리센츠아파트 청자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4∙1 대책이 호가를 올려놓는 바람에 한때 실수요자 거래까지 끊겼다"면서 "최근 호가가 다시 2,000만∼3,000만원 떨어지고 나서야 실수요자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잠실 엘스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4ㆍ1 대책은 집 살 여력이 있는 강남권 부자들을 위한 대책"이라며 "실수요자들의 거래는 대책 이전이나 이후나 변화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강북권 시장은 더 얼어붙었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D부동산 나모(45)씨는 "주변 아파트가 모두 이번 양도세ㆍ취득세 감면 대책의 수혜대상이지만 호가도 안 올랐다"며 "치솟는 전세금을 견디다 못해 간혹 집을 사려는 수요가 전부"라고 혀를 찼다. 성북구 한신한진아파트 앞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문의가 많을 시기인데 전화 한 통 없다"며 "이런 불황기에 빚내서 집 살 사람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박 전문위원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다소 늘어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보이지만 실물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취득세 감면이 6월 말로 끝나는 것도 시장의 불안요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취득세 감면이 끝나면 그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던 거래량이 다시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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