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합리화 위해?"난 떳떳한데 靑이 귀국 종용"논점 흐리기?추행보다 靑개입을 눈에 띄게경질에 대한 앙심?자진사퇴 기회 안 주자 불만설평소 사이 안좋았다?기자·PD 출신 미묘한 긴장감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대변인이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측이 자신은 반대하는데도 중도 귀국을 종용했다"며 청와대를 물고 늘어졌다. 이미 경질된 상황이었다지만 자신이 직전까지 몸담았던 조직을 향해 곧장 칼을 겨눈 것이어서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특히 윤 전 대변인은 한솥밥을 먹던 직속 상관인 이남기 홍보수석을 직접 겨냥했다. 윤 전 대변인이 무슨 의도로 청와대와 이 수석을 걸고 넘어진 걸까.
일단 윤 전 대변인은 성추행 하지 않았다는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청와대 귀국 종용설'을 얘기했을 수 있다. 사실'윤 전 대변인 자의에 의해 중도 귀국했다'는 청와대측 해명은 '나는 성추행 하지 않았다'는 윤 전 대변인의 주장과 아귀가 맞지 않다. 윤 전 대변인으로선 "나는 당당한데 청와대에서 귀국을 종용해 할 수 없이 들어왔다"고 해야 자연스럽다.
논점 흐리기를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보다 청와대의 중도 개입 논란이 쟁점이 되면서 사태가 엉뚱하게 튄 측면이 있다.
이 수석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도 작용한 것 같다. 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현지에서 윤 전 대변인 경질 발표가 있기 전에 윤 전 대변인은 이 수석측에 "명예롭게 자진사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경질이 발표하자 윤 전 대변인이 상당한 불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수석이 귀국 직후인 10일 밤 "제 소속실 사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고 죄송스럽다"며 거듭 사과하자 윤 전 대변인은 격노했다고 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내 해명도 들어보지 않고 이럴 수 있느냐"며"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튿날인 11일, 윤 전 대변인은 종로구 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수석을 직접 겨냥했다. 이 수석이 자신이 거부하는 데도 귀국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이 수석이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 변명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대통령 방미에 누가 되지 않도록 빨리 워싱턴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말했다"며 이 수석이 사태 악화의 상당한 책임이 있음을 부각시켰다. 결국 윤 전 대변인의 반격은 이 수석도 12일 사의를 표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윤 전 대변인의 물고 늘어지기가 먹힌 셈이다.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간에는 평소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있었다고 한다. 기자출신인 윤 전 대변인이 방송사 PD출신인 이 수석을 언론계 선배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평소 윤 전 대변인은 이 수석을 직속 상관으로도 인정한 것 같지 않다"며"'홍보수석이 저의 직책상 상관이어서 어쩔 수 없이 귀국하라는 지시를 따랐다'는 취지의 윤 전 대변인의 해명은 평소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의 관계로 봤을 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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