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저주와 딸 아이 울음소리/ 제 딸까지 팔아서 어쩌자는 거니/ (중략) 모성애 산다는 한 군인의 백원/ 밀가루 빵 사 들고 와 딸애 입에 넣으며/ 용서해라 딸아…."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정훈장교 이성신(30·여) 대위는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라는 제목의 자작곡을 부르면서 눈물을 쏟곤 한다. 노래에 등장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자꾸 떠올라서다. 탈북자 시인 장진성(가명)씨가 쓴 동명의 시를 토대로 이 대위가 화자(話者)를 어머니로 바꿔 노랫말을 쓰고 곡도 직접 붙여 지난 3월 육군 6군단 국가관·안보관 발표 경연대회에서 선보인 이 곡은 신병 정신교육 때 공연되고 있다.
이 대위는 1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딸을 팔아 모성애를 실현해야 하는, 가슴 아픈 역설이 성립하는 나라가 바로 가난한 북한"이라며 "장 시인의 시 중 노래로 만들기에 가장 적합했다"고 말했다. 조선노동당 작가로 활동하다 고위층과 주민들의 생활 괴리를 느끼고 2004년 탈북한 장 시인은 2008년 발표한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를 통해 북한 시장에서 굶주린 어머니가 자기 딸을 100원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묘사했다. 모성애라는 보편적 정서를 자극해 북한의 실상을 드러낸 이 시를 이 대위가 노래로 만들었다.
이 대위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면서 가스펠(복음) 음악 밴드에서 건반을 연주했던 국민대 재학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작사·작곡·노래라는 3가지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가 그저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어" 2009년 학사장교로 임관한 뒤 끊임 없이 고민한 것은 장병 교육에 예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였다. "정훈장교로 일하면서 장병 정신교육에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애를 써 왔습니다. 그러다 떠오른 게 강의 식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자는 생각이었죠. 마음을 전하는 게 지식을 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정서적 교감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시와 음악은 훌륭한 교육 수단인 셈이죠."
장병 정신교육뿐 아니다. 28사단은 경기 연천군과 동두천시, 양주시 일대에서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나라사랑 콘서트'를 열 때도 이 대위의 곡을 부르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이 대위는 "엄마가 되면 더 충실한 감정 이입이 될 것 같다"며 "장 시인의 다른 작품으로도 노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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