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사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 "외교적 파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장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전 대변인 개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사안이기는 하나,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 고위공직자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국격이 심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이같이 단정적인 발언은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 장관은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 '국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한미간에 미묘한 외교적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는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미 미국 정부에서 이 문제와 양국간 여러 정책, 정상회담 성과가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고 앞으로도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윤 장관은 이어 "이 문제는 외교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미 경찰 당국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필요하다면 외교부가 한미 사법당국간 중간에서 어떤 연락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외교부가 어떤 역할을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10일 저녁 귀국 직후 주요 간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정상회담과 상관없는 개인의 경범죄"라며 "한미관계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의 분위기는 윤 장관의 발언과 사뭇 다르다. 외교 소식통은 "국격을 중시해 온 외교부가 정작 국격에 먹칠을 한 사건에 대해 애써 모른 척 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며 "한 나라 외교의 수장이라면 당연히 '혹시 모를 파장이 있더라도 외교부가 국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또한 향후 미 현지 경찰의 조사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이 출석하는 문제를 놓고 한미 양국간 신경전이 벌어질 경우 현실적으로 주미 한국 대사관을 포함한 외교부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윤 장관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부각시키려는데 치중하다 보니 이번 성추행 사태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장관은 14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회담의 성과를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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