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40대가 홧김에 액화석유가스(LP가스)를 폭발시켜 경찰관 7명을 포함, 8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범인의 가스폭발 협박전화를 받고도 적절한 안전조치 없이 진압하다 빚어진 일이어서 부실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오후 2시53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 한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LP가스가 폭발, 주인 복모(48)씨와 출동한 포항남부경찰서 효자파출소 순찰팀장 김모(55)경위 등 경찰관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복씨와 김 경위 등 경찰관 4명은 2, 3도의 중화상을 입고 서울 한강성심병원 등에서 치료 중이고 이모(43)경사 등 경찰관 3명은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폭발사건은 복씨가 이날 오후 2시34분쯤 "오토바이 가게에서 가스를 폭발시키겠다. 5분 안으로 출동하라"며 119에 협박전화를 하면서 시작됐다.
119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소속 5분 타격대와 교통순찰대 등 20여명이 3분 뒤 현장에 출동, 외부 접근을 차단하고 교통을 통제하는 사이 경찰관 4명은 창문을 깨고 문을 연 뒤 가게 안으로 진입했다. 당시 방 안쪽 주방에 있던 20㎏짜리 LP가스통과 연결된 호스 2개가 모두 끊어져 가게 내에 가스가 가득 찬 상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진입경찰관들이 가게 내 방안에 쓰러져 있는 복씨를 일으켜 세우려는 순간 가스가 폭발했다"며 "복씨가 손에 쥐고 있던 라이터를 켜는 바람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씨는 12일에도 의식을 찾지 못해 당시 의식을 잃은 척 한 것인지 경찰의 부축 순간 정신이 들어 라이터를 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용불량자로 알려진 복씨는 2009년 2월부터 동거해 온 박모(51)씨의 신용카드로 1,500만원의 빚을 진 일로 갈등하다 사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술을 마셔 만취 상태에서 박씨와 크게 싸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가스폭발 협박전화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진압과정에 몸수색을 하지 않고, 안전장구도 갖추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씨가 쓰러져 있었지만 사고방지를 위해 환기와 함께 손과 호주머니 등을 수색, 인화물질부터 제거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진입경찰관들이 방화복 등 안전장비 하나 없이 진입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폭발물 사고 방지 매뉴얼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됐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경찰은 "가스냄새가 나는 상황에서 복씨가 쓰러져 있어 최대한 빨리 밖으로 끄집어 내 인명을 구조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고 해명했다.
상급기관인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 다수가 부상을 입은 만큼 진압 당시 현장의 대응조치가 적절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항=이정훈기자 jhlee01@hk.co.kr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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