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일 박근혜정부 임기 내 남북대화에 대해 처음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그간 대남 위협발언을 쏟아내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비해 한발 더 나아간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북한 당국의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대변해 온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상대방의 심기를 일부러 건드리는 경직된 대북관이 현 당국자의 본색이라면 그의 임기 중에 북남대화가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비핵화를 강조하며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비판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북한은 앞서 10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내세워 한미 정상회담을 '전쟁 전주곡'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현 남조선 당국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대화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11일 조선신보는 "(북한이) 판단의 여지를 남겼으나 동족의 인내심에도 한계는 있다"며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은 한미 양국 정상이 당초 예상과 달리 단호한 대북입장을 밝히며 자신들을 압박한 데 따른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13일부터 이틀간 동해에서 핵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한미연합 해상훈련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도 묻어난다.
이런 가운데 개성공단에서 우리 측 인원이 모두 철수해 공단이 잠정 폐쇄된 지 13일로 열흘째가 된다. 하지만 북한의 이 같은 강경 기조가 지속되는 한 남북간에 공단 재가동을 위한 의미 있는 협의를 진행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12일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일단 한번 세게 지른 것"이라며 "하지만 당장 파국 수순을 밟기 보다는 6월 개최가 점쳐지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북 메시지가 나올 지 좀더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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