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아들 에드워드는 바람기가 많았다. 염문을 뿌린 여인이 55명이나 됐다. 윈스턴 처칠의 어머니인 레이디 랜돌프 처칠, 불멸의 여배우 사라 베른하르트 등 유명한 여인이 즐비하다. 왕세자로서 지낸 기간이 너무 긴 때문이라는 게 호사가들의 해석이다. 거의 날마다 신문에 스캔들이 실리자 여왕은 "내가 너무 오래 살아서 그래"라며 한숨만 쉬었다. 그는 59년 2개월을 기다린 끝에 1902년 에드워드 7세로 등극했다.
■ 빅토리아 여왕은 1837년 열여덟 살에 즉위해 63년 동안 왕위를 지켰다. 그 기간은 대영제국의 전성기였다.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구축해'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다. 자식 농사도 남달랐다. 외사촌인 독일 출신 앨버트 공작과의 사이에 둔 4남 5녀가 7개국 황실과 혼인 관계를 맺어 '유럽의 할머니'라는 별칭을 얻었다. 여왕이 세상을 떠났을 때 37명의 증손자가 유럽 전역에 퍼져 살았다.
■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015년 9월이 지나면 빅토리아의 기록을 경신한다. 지난해는 115년 만에 '다이아몬드 주빌리(즉위 60주년 기념제)'를 치렀다. 나이로는 2007년 빅토리아(만 81세)를 넘어 역대 최고령 영국 군주가 됐다. 안타까운 건 왕세자로만 61년 동안 기다려온 찰스다. 이미 에드워드 7세의 기록을 깬 데 이어 날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도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찰스는 지난해 한 행사장에서 "제가 참을성이 없다고요? 당연합니다. 저도 머지않아 수명이 다할 것이고, 조심하지 않으면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 영국 왕실이 11월 열리는 영연방 정상회의에 엘리자베스 2세 대신 찰스 왕세자가 참석한다고 발표하면서 왕위승계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망할 때까지 국왕 통치가 이어져온 전통을 깰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다이애나 비와의 이혼 전력 등으로 인기가 낮은 찰스 보다는 바로 윌리엄 왕세손으로 왕위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윌리엄의 인기(62%)는 여왕(48%)보다 높고 찰스(21%)의 세 배다. 이래저래 세계의 주목을 끈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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