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어민이 필리핀 해안경비대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 대만과 필리핀의 공방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대만은 필리핀이 정식 사과하지 않을 경우 필리핀 가정부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경고했고 네티즌은 서로 상대방 정부 사이트를 보복 공격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11일 밤 긴급 국가안전회의를 열고 필리핀 정부에 공식 사과와 유가족 및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자 처벌과 양국 어업협정 협의 등을 촉구했다. 마 총통은 필리핀 정부가 14일 밤 12시까지 이들 4가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필리핀인의 대만 내 근로 신청 승인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마 총통은 주 필리핀 대만 대표를 철수시키고 주 대만 필리핀 대표를 추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에는 현재 8만7,000여명의 필리핀인이 가정부 등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본국 송금액은 필리핀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실제 2010년 전 세계 필리핀인들의 본국 송금액은 188억달러(약 21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했다.
대만의 방침이 보도된 뒤 대만 주요 부처 인터넷 사이트는 온라인 공격을 받았다. 12일 오전 9시10분 총통부, 국방부, 해안순방서(해경), 경제부 등 대만 정부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동시다발 해킹으로 작동이 일시 중단됐다고 총통부는 밝혔다. 총통부는 "인터넷프로토콜(IP)을 추적한 결과 발신지가 필리핀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10일 밤엔 대만 네티즌들이 필리핀 대통령궁 등의 사이트를 공격했다.
필리핀과 중국 및 대만 접경 해역인 남중국해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신화통신은 9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 군도의 런아이(仁愛)초(礁) 부근에서 중국 구축함 1척과 민간 선박 2척이 필리핀 순찰함 1척, 구축함 1척, 병력 운송함 1척 등 3척과 한때 대치했다고 11일 전했다.
이에 앞서 9일 오전 9시 45분 대만 남동쪽으로 300㎞ 떨어진 해역에서 대만 선적 광다싱(光大興)28호가 필리핀 공무선 MCS3001의 총격을 받아 어민 훙스청(洪石成ㆍ65)씨가 숨졌다. 필리핀은 광다싱28호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 불법 조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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