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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윤창중을 미국으로 보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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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윤창중을 미국으로 보내야 하는 이유

입력
2013.05.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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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사원 성추행 사건과 주한미군의 한국 여성 성폭행 사건은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자국민이 상대방 국가에서 그 나라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라는 법률적 성격은 거의 같다. 그러나 그 대응과 여론의 추이에서는 한미간 차이가 현격하다.

윤창중 스캔들은 윤 전 대변인이 언론 보도의 상당 부분을 부인하는데다 여야의 정치적 공방까지 겹쳐 언뜻 복잡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미국에서 20대 미국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인물이 한국으로 달아난, 어찌 보면 단순하게 보이는 사건이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는 주권이 침해 받았다는 점에서 엄중한 문제다. 설령 윤 전 대변인의 주장처럼 청와대 홍보수석의 지시에 따른 도피 귀국이 아니라 해도, 청와대가 이번 사건에서 범죄 용의자 도피를 방조했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주권을 고의로 침해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만약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가정하면 이번 윤창중 스캔들의 의미는 더욱 뚜렷해진다. 카니 대변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방한해 한국 여성을 성추행한 뒤 문제가 되자 예정보다 일찍 미국으로 도피했다면 한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촛불시위대가 광화문에 나가 반미구호를 외치고 정부에 카니 대변인을 한국으로 소환하는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을 것이다. 주한미군 병사의 범죄가 늘 뜨거운 감자였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말로 '환갑'을 맞았다고 한 한미동맹을 흔들어 온 것은, 솔직히 말하면, 주한미군 사건 처리를 둘러싼 주권 문제였다. 2002년에는 효순ㆍ미선 양 사건이 촛불시위로 이어지면서 한미동맹이 위태로웠던 적이 있다. 주한미군 K이병이 2011년 9월 동두천 고시텔에서 잠자던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당시 성폭행 사건 발생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K이병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따라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한미군 영내에 체류했는데 이것이 한국의 여론을 크게 자극했다. 결국 광화문에서 규탄대회가 열리고 오바마 대통령의 직접사과와 SOFA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외국인이 한국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를 한국 정부가 마음대로 수사할 수 없는 것은 주권 문제로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이 미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미국 법에 따라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현재 윤 전 대변인 사건을 조용히 지켜보며 침묵하고 있다. 국무부는 워싱턴 경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발을 빼고 있고 언론도 사건 경위와 한국 내 논란을 서울발로 전할 뿐이다. CNN방송은 재미동포의 잇단 제보를 받고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성추행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조치는 한국보다 더 단호하다. 그런데도 미국 여론과 언론이 이 사건을 비교적 조용히 지켜보는 것은 윤창중 스캔들을 공익 훼손 사건이 아니라 개인간의 사건으로 여기는데다 입증 전 무죄추정 원칙을 지키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미국의 여론이 언제까지나 이렇게 조용할지는 알 수 없다. 어느 순간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하는 혐한론으로 변질돼 더 큰 국익을 해칠지 모를 일이다.

미국 사회는 룰을 따르지 않는 사람과 문화는 용인하지 않는다. 미국의 반응을 의식하는 것과 상관없이, 로마에서 로마법을 따르는 것은 지구촌 시대의 진리다. 그러나 윤창중 전 대변인이 미국 경찰의 송환을 무시하고 한국에서 버티면서 '로마법'을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경범죄성 성추행 사건이므로 한미사법공조에 따른 범죄인 인도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앞서 언급한 미군 병사 K이병의 처리를 요구한 논리를 우리 자신에게 적용한다면 윤 전 대변인을 미국으로 보내자고 시위라도 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이태규 워싱턴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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