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에 사는 회사원 김모(39)씨는 결혼한 지 8년째지만 아직 자녀가 없다. 결혼 초기에는 아이를 가지려 노력해도 생기지 않아 고민했지만 최근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주변 환경의 영향이 컸다. 김씨는 "친정 오빠 부부가 바쁠 때면 두 살 난 조카를 봐달라 맡기는 데, 체력적으로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며 "아이 한 명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 어른 2~3명이 꼬박 매달려야 하는데 맞벌이를 해야 하는 형편상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는 불가능해 보였다"고 말했다. 김씨의 올케는 아이 때문에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지만 늘 어려움을 호소했다. 늦은 출산에 대한 두려움에다 아이가 태어난다 해도 고교 졸업때면 부모 모두 60세를 넘게 되는 등 경제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김씨는 꼭 아이가 없어도 괜찮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아이가 없어도 남편과 둘이서 잘 살면 되는 거 아닐까요."
김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기혼 여성의 자녀 가치관과 출산행태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5~44세 전국 기혼여성 4,500여명(부인 부재 시 남편 대리 응답 포함)을 대상으로 자녀에 대한 가치관을 조사한 결과, '자녀를 반드시 가질 필요는 없다(갖는 것이 좋지만 없어도 무관하다)'는 응답이 53.5%로 가장 많았다.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은 절반을 밑도는 46.3%였다. 이 응답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다.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은 2003년 54.5%, 2006년 53.8%, 2009년 55.9%로, 5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특히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응답은 16%로 2003~2009년 11~12%보다 크게 늘었다.
남아선호 사상도 크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아들의 필요성에 대해 58.3%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답했다. '있는 것이 좋다'가 33%였으며 '꼭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8.2%에 불과했다. 2000년 같은 조사에서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16.2%였던 데 비해 절반이나 줄어든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선임 연구위원은 "부모들이 자녀를 부담으로 여기지 않도록 양육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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