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ㆍ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어섰다. 지난 주말 뉴욕 시장에서 101.61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엔ㆍ달러 100엔 돌파는 4년 1개월 만이다. 충분히 예상됐지만 100엔 돌파는 일시적 현상을 넘는 엔저 장기화의 분수령인 만큼 우리 경제도 비상한 각오가 절실하다.
아베 정권의 강력한 금융완화책에 힘입은 엔저는 우리 경제의 상수(常數)로서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게 분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은행 전망을 평균해 올해 말 105엔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코메르츠방크나 크레디트스위스 같은 은행은 각각 115엔, 또는 120엔까지 치솟는 격렬한 상승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어떤 경우든 향후 1년 이상 이어질 엔저를 우리 경제가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다.
1995년 중반부터 촉발된 급격한 엔저는 우리 경제를 '산업 경기의 급격한 둔화→기업ㆍ은행 동반 부실→연쇄 부도 및 외환위기'로 몰아가며 결국 국가 부도를 초래했다. 그 해 4월 달러 당 79.75엔까지 올랐던 엔화가 불과 8개월여 만에 110엔 대에 육박하는 대반전이 일어나면서 과투자에 나섰던 반도체 자동차 철강 유화 등 중추 산업이 일제히 무너졌다. 그게 결국 한보, 기아의 연쇄부도로 이어졌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조선과 건설 등 산업 일각의 부실이 문제지만 당시처럼 은행시스템 전반을 위험에 빠뜨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수십 년에 걸친 디플레이션과 엔고를 견디며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체질을 강화해온 일본의 엔저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현대차 울산 공장의 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된 근로시간(HPV)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14.6시간)의 두 배가 넘는(31.3시간) 상황이 국내 산업경쟁력의 현주소일지 모른다. 단기 엔저 대책 외에, 본격적 산업 구조혁신의 고삐를 죌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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