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 파문을 일으켜 전격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대변인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대미문의 국가품위 훼손 사태를 일으킨 윤 전 대변인의 행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파장을 최소화하며 신속한 사태 수습에 주력해야 할 청와대가 책임 떠넘기기 식 진실게임에 휩싸인 것은 정말 어이 없고 해괴하기 짝이 없다. 야당으로부터 '콩가루 청와대'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싸다.
중도 귀국한 뒤 잠적했던 윤 전 대변인은 그제 서울의 한 호텔에 나타나 성추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귀국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에게"잘못이 없는데 왜 제가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느냐. 해명을 해도 여기서 하겠다"고 했지만 비행기를 예약해 놓았으니 귀국하라는 그의 지시에 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석은 즉각 그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으며, 비행기표를 예약해뒀다거나 귀국하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변인의 해명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수두룩하다. 자신을 수행한 인턴 여직원의 업무 미숙을 여러 번 질타한 게 마음에 걸려 위로의 술자리를 가졌고, 격려 차원에서 인턴 여직원의 허리를 툭 쳤을 뿐이라며 '문화적 차이'운운했다. 물론 안 좋은 선입견을 갖고 무조건 그의 말을 배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그의 구구한 변명은 통상 성추행 혐의자들이 피해 여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면피하려는 상투적 수법을 떠올리게 한다.
이 문제와는 별개로 귀국 종용 여부 등 대통령 수행팀의 상황대처 적절성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경위 조사가 필요하다. 윤 전 대변인의 주장 대로 사안의 성격 상 현지 경찰에 출석해 처리하는 게 훨씬 나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윤 전 대변인을 서둘러 귀국시켜 파장을 키운 것은 중대한 판단착오다. 대통령 방미 수행팀의 상황대처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와 조율 없이 기자회견을 하도록 방치해 사태를 한층 꼬이게 만든 것도 큰 문제다. 총체적으로 부실하고 무능한 청와대다.
허태열 청와대비서실장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책임질 일이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홍보수석이 귀국 직후 자신에게 사의를 표명한 사실도 공개했다. 하지만 홍보수석에 이어 비서실장이 찔금찔금 대국민사과를 하는 방식으로는 국민들의 분노가 진정되기 어렵다. 사태의 진상이 파악 되는 대로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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