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맞아 7년 전 의상실을 접었던 임모(67)씨는 최근 옷 만드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기초노령연금(월 9만8,000원) 수급자인 데다 각기 가정을 꾸린 세 자녀에게서 용돈도 받고 있지만, 생활비와 경조사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임씨는 "주택 구입 등으로 빚을 지고 있는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도 미안하다"며 "알음알음 소개받은 일감으로 월 20만~30만원이라도 벌어야 생활이 가능한 처지"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인가구의 71%(180만 가구)가 보유자산과 공적연금만으로는 사망 때까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가구 중 6가구는 최소 생활비(월 68만~157만원) 조달이 어려웠다. 자식의 지원이 없거나 일자리를 못 구하면 생활이 불가능한 셈이다.
LG경제연구원은 12일 통계청의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포함된 노인가구 2,884가구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를 분석한 '대한민국, 은퇴하기 어렵다'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노인가구는 가구주가 60~74세이면서 혼자 살거나 부부가 함께 사는 가구를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산은 가구당 평균 2억5,000만원으로 추산됐다. 연령별 적정 생활비에서 노인가구가 받는 공적연금, 기초노령연금, 사회수혜금 등을 빼고 기대 수명을 따져 계산한 액수다.
표본 노인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억6,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표본 노인가구의 71%는 보유자산이 2억5,0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자산을 매각해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충당할 수 없는 가구도 59%나 됐다. 자산이 턱없이 부족한 가구가 대다수임에도 자산이 많은 가구가 평균을 끌어올린 셈이다.
이를 전체 254만 노인가구로 환산하면 180만 가구는 사망 때까지 생활비 조달이 불가능하며, 특히 151만 가구는 최소 생계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자리를 구하거나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마저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65~74세 취업자 가운데 임금근로자는 43%에 달했지만 대부분(72.3%) 저임금 단순노무직이었다. 자녀의 지원을 의미하는 노인가구의 사적 이전소득은 2006년 월 30만8,000원에서 지난해 20만원으로 감소했다. 류상윤 책임연구원은 "고령층 가구의 절반 이상이 일을 계속 하거나 자녀 지원을 받아야만 노후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한국이 왜 '은퇴하기 어려운 나라'인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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