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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의 메디토리] 참기 어려운 소변의 급함, 과민성방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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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의 메디토리] 참기 어려운 소변의 급함, 과민성방광

입력
2013.05.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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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에 이어 또다시 전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놀부 심술을 연상시키는 짓궂은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젠틀맨의 가식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마시려는 커피잔을 쳐서 흘리게 만들기, 앉으려는 의자를 빼서 넘어뜨리기, 비키니 끈 풀어버리기 등 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심통이다. 뮤직비디오의 모든 장면들은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고 한다. 선정성 논란이 되고 있는, 하체만을 묘하게 흔드는 '시건방춤'과 여가수 가인이 꼬치어묵을 먹는 장면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름대로 상상을 하여 혼란스러움을 갖게 만드는 일종의 노이즈 전략으로, 볼 때마다 새로운 해석과 의미가 부여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싸이 스스로 본인의 코드를 B급 문화라고 선을 긋고, 나는 내 맘껏 놀 터이니 너희들도 맘대로 생각하고 즐기라는 의미라고 한다.

여기서 젠틀맨을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젠틀맨 뮤직비디오에서 간과하고 있는, 보다 중요한 한 장면을 찾아보겠다. 대부분 여자 괴롭히기로 구성된 뮤직비디오에서 남자를 괴롭히는 한 장면이 있는데, 그 대상이 바로 국민MC 유재석이다. 노란색 정장을 입고 왠지 불안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급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본 싸이가 각층 버튼을 모조리 눌러버리고 낄낄거리며 좋아한다. 이 장면의 의미를 비뇨기과적 시각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해보고자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유재석이 안절부절 못해 하는 까닭은 누가 봐도 화장실이 급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화장실에서의 어떤 용무 때문이었을까? 대변, 그래서 여성이 아닌, 남성을 등장시켰을 거라고? 천하의 싸이가 설마 지저분함이 연상되기 때문에 여성이 아닌 남성을 등장시켰을 리가 만무하다. 화장실이 급한 경우 대부분 배탈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배탈로 인한 설사는 장 운동이 증가되어 통증이나 부글거리는 소리가 남으로서 사전에 위급함을 감지할 수가 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에서의 유재석의 행동처럼 도저히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일순간 갑작스럽게 변의가 생기는 경우가 생각만큼 많지가 않다.

그런데 아무런 전조증상이나 느낌도 없다가 예상치도 못하고 갑작스럽게 화장실이 급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소변이 급해지고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는데, 바로 '과민성방광'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과민성방광이란 방광의 감각이 너무 예민해져서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방광근육이 수축하는 질환이다. 환자들이 겪는 심각한 불편함으로는, 소변이 급한 느낌이 시도 때도 없이 갑작스럽게 나타나고, 마렵다는 생각이 들면 모든 일을 중단하고 화장실로 바로 뛰어가야 하고, 가는 동안 찔끔거리는 실수를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스트레스나 음주, 흡연 등 잘못된 배뇨습관 등이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40대 이후에 흔히 볼 수 있지만 정신적인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20-30대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과민성방광의 유병률은 30% 정도로 고혈압과 비슷한 빈도를 보인다. 또 20대 이상 여성의 47.8%에서 과민성방광으로 인한 증상 중 하나를 갖고 있다. 과민성방광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려 사회생활을 어렵게 만드는데,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두려워 환자들의 60%는 외출이나 여행을 꺼리고 45%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 또 화장실이 없을 것 같은 장소를 가게 되면 불안해지고 결국 급함이 나타나게 되며, 소변 실수를 걱정하여 짙은 색깔의 옷을 입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엘리베이터라는 상황, 그리고 입고 있던 노란색 정장을 통해서 유재석의 행동이 과민성방광을 의미함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민성방광 환자들은 부끄럽고 숨겨야 할 병으로 생각하고 수치심으로 인해 우울증이나 정신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환자들에게는 화장실 못 가게 하는 장난이 치명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싸이씨, 소변이 참을 수 없게 급한 분들에게는 절대로 그러시면 안 됩니다.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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