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6으로 끝나는 그의 휴대폰 수신음은 '새마을 노래'였다. 휴대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사진 액세서리가 달려 있었고, 손목시계에도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명함 뒷면에는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후원 계좌가 은행별로 빼곡했다.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ㆍ도서관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이상열(73)씨.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수행과장을 지낸 그는 지금도 그렇게 '각하'를 수행하고 있는 듯했다.
이씨는 지난달 '박정희와 팝아트투어' 일행을 맞아 안내를 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행사를 기획한 강영민씨는 "박정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우리를 가장 잘 이해해 준다"며 그를 소개했다. 이씨는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언제나 환영"이라며 "각하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했다.
-팝아트투어 일행을 어떻게 안내하게 됐나
"뭐 냔시량 냔시량 그래서 누군가 했지. 처음에는 난 누군지도 몰랐어. 그래도 젊은 작가들이 각하를 알기 위해서 왔다니 얼마나 고마워. 기특하니까 알려주고 사진도 찍고 라고 각하가 쓴 책도 줬지."
-모욕 논란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잘 했어. 구미에서 물의가 있었던 모양인데 다시 왔을 때 내가 타일렀어. 예의범절을 갖춰야 한다고. 개중에는 장난 삼아 하는 면도 있겠지. 나이가 있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너무 자유분방한 경향이 있는데 예의를 딱 지키면 다들 훌륭하다고 할 것 아냐. 다음에는 인터넷에 예우를 갖추라고 올리더라고."
-주위 반응은 어땠나
"내가 사진도 찍고 하니까 친구들이 어떻게 그런 놈들하고 사진을 찍냐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어.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같이 어울리고 이해를 해야 한다고. 젊은 사람들이 각하를 모르니까 재조명해야지. 젊은이들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기들만 박정희 대통령을 좋아해야 하나. 대한민국 전체 국민이 좋아하게 해야지. 자꾸 벽을 치고 그러면 멀어져. 김정은이가 여기 와도 신발을 벗고 달려가 안내할 거야."
-알면 좋아하게 되나
"각하를 자세히 알면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알면 다들 달라져. 업적이 분명히 있으니까. 전에도 젊은 대학생 4명이 왔어. 내가 차 한 잔 주면서 얘기를 해봤는데 자기들도 여기 오기 전에는 아리송했는데 보니까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더라고."
1961년 공수부대 복무 중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이씨는 이후 박 정권이 막을 내릴 때까지 18년간 그를 '모셨다'. "각하를 모신 것이 족보의 영광"이라고 말하는 그는 10.26 이후 한때 박지만씨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등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가까이서 본 박 전 대통령은 어땠나
"각하를 내가 평가하기는 싫어. 나쁘다 좋다 이런 저런 소리 다들 하잖아. 남들이 다 평가하는데 모셨던 사람까지 할 필요 있나."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 대통합 아냐. 내 마음도 그래. 비판하는 사람들도 환대하고 감싸주면 얼마나 좋아. 정이라는 게 내가 먼저 정을 줘야 그쪽에서도 정을 주지. 싫어하는 사람들이 여기 와서 보면 그것도 조그만 화합이지."
-전시물이 업적만 있는데
"과거의 잘잘못을 좀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18년 동안 워낙 하신 일이 많은데 그걸 어떻게 다해. 업적만 기록하려고 해도 상암동 전체에다 해도 모자랄 걸."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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