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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술독에 빠진 대학축제 이젠 그만" vs "캠퍼스 내 주점 금지는 지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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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술독에 빠진 대학축제 이젠 그만" vs "캠퍼스 내 주점 금지는 지나쳐"

입력
2013.05.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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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 하는 축제인데 전통적으로 해 온 주점을 아예 금지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

한국외국어대 학생들은 5월 축제를 앞두고 설레기보다 불만이 앞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의 상징이랄 수 있는 주점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한국외대는 이 문제로 지난해에도 홍역을 치렀다. 학교 측이 지난해 9월 면학분위기 조성, 잘못된 음주관행 개선 등을 이유로 주점을 열지 못하도록 했지만 한 동아리에서 이를 무시하고 주점을 열었다가 회장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던 것. 그래서 올해는 학교와 학생들이 협의를 거쳐 주점을 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갈등이 봉합된 것은 아니다. 조봉현(25)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주점으로 인한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대학생들의 자치권을 침해하면서 주점 운영을 원천 봉쇄하는 건 지나치다는 학내 의견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대학 축제의 꽃이라는 주점이 사라지고 있다. 아직은 일부 대학에서 감지되는 움직임이지만, 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학내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는 한국외대와 달리 학교와 학생들의 협의를 통해 술 없는 축제를 준비 중인 곳도 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지난해 술 없는 축제를 성공시켰던 경험을 발판 삼아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한호(27) 연세대 원주캠퍼스 총학생회장은 "봉사활동, 재능기부 등을 통해 주점 없이도 뜻 깊은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다듬고 있다"며 "올해는 학생들이 더 '나눔 축제'에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도 대학과 총학생회가 협의해 주점 일색이던 축제에서 탈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운영키로 했다. 학교 측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한 학과와 동아리에 대한 포상도 계획하고 있다.

대학 축제에서 굳건하던 주점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학교 내 주류반입금지법'이 발의된 2011년부터다. 이 법은 초ㆍ중ㆍ고교는 물론 대학교에도 술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난해 9월 입법 발의돼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내년부턴 대학 축제의 주점이 법으로 금지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술 없는 축제를 계획하고 있는 학교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학생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는 지난달 3월 열린 전체학생총회에서 '무알콜 대동제'를 안건으로 투표를 진행했지만 88%의 반대로 부결돼 예전처럼 주점을 열기로 했다.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 서울 대부분의 대학들은 올해 축제에서도 주점을 열 계획이다. 8일부터 축제를 진행하고 있는 광운대도 주점을 열고 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무작정 마시자는 건 아니다. 과음을 경계하는 장치들이 새로 마련되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주점 운영 시간을 제한하고, 각 학과로부터 건전한 음주를 하겠다는 서약서를 받기로 했다.

절주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건국대는 축제기간 내 음주사고를 대비해 50여명으로 꾸려진 서포터스가 교내 곳곳을 순찰할 예정이고, 경희대는 축제의 큰 테마를 '책'으로 정해 축제를 '놀자판'이 아닌 '문화판'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준비 중이다.

이미 성인인 대학생들의 자기 결정권을 무시한다는 의견과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지만 분명한 건 이제 대학생 스스로 자신들의 음주문화를 돌아볼 때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화여대 건전음주동아리 회장 최혜린(21)씨는 "대학에서 익힌 잘못된 술 습관이 모여 사회의 왜곡된 음주문화를 만들어 낸다"며 "대학생 음주 사고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현실을 바꾸려면, 그 첫걸음은 축제에서 주점을 지우는 작은 인식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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