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점차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은 행정해석을 유지한 것은 통상임금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킨 요인 중 하나다. 고용부가 사실상 사법부의 판단보다 기업의 이해를 고려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988년 제정된 고용부의 행정해석인 '통상임금 산정지침'은 "지급조건ㆍ금액ㆍ지급시기가 정해져 있거나 전 근로자에게 지급하여 사회통념상 근로자가 당연히 지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는 정기상여금, 체력단련비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부는 특히 지난해 3월 대법원이 "분기별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는 판결을 내린 후 행정해석을 개정해야 한다는 검토가 있었음에도 이를 고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대법원 판결 후) 지침 변경을 검토하도록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지만 실무진이 검토를 하지 않았고, 산정지침을 바꾸어야 할 시기(지난해 9월)가 되자 기존 지침을 그대로 고시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채필 장관은 대법원 판결에 부합하도록 지침을 변경하거나 관련 법을 개정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해당 국ㆍ과장들이 전격 좌천인사를 당하자 부처 내에서는 통상임금 지침 변경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당시 실무를 맡았던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가 하나 나왔다고 해서 바로 바꿀 수는 없고 파급효과가 너무 커 노사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행정해석은 필요하면 언제라도 바꿀 수 있지만 고용부는 지금까지도 개정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임무송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관은 "아직도 논란이 남아있고, 개정을 하더라도 행정해석만 바꿔도 되는지 시행령이나 법을 바꿔야 할지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아직까지는 1개월 단위로 지급하는 임금만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는 해석이 고용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아리무진 소송을 담당한 이선이 노무사(법무법인 대안)는 "고용부의 행정해석은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간주해온 90년대 중반의 법원 판결보다도 시대에 뒤떨어진 해석"이라며 "행정해석 변경이든 법 개정이든 시급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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