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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나치 '오페라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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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나치 '오페라 스캔들'

입력
2013.05.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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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가 등장하는 파격적 연출의 바그너 오페라가 격렬한 항의를 받아 1회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도이체오퍼 암 라인이 제작해 4일 초연한 '탄호이저'다. 연출가 부크하르트 코스민스키는 중세 음유시인의 이야기인 이 오페라를 나치를 주제로 재해석, 남녀 주인공을 나치 친위대 장교로 바꾸고 유대인이 죽어가는 가스실을 등장시켰다. 첫 날 공연에서 바로 야유가 쏟아졌고, 관객들이 격분해서 뛰쳐나가는 바람에 극장 문이 부서졌다. 관객 중에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사람까지 나오자 극장은 연출 수정을 요청했지만, 연출가는 거부했다. 이에 2회 공연을 앞둔 8일 극장은 추가 공연을 취소했다. 나머지 공연은 오페라가 아닌 콘서트로 하기로 했다.

바그너 음악과 나치의 악연은 오래 됐다. 바그너가 반유대주의자였고, 바그너 사후 한 세대 뒤에 나타난 히틀러가 나치 선전에 바그너 음악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바그너 오페라만 올려 전세계 바그네리안들이 성지 순례하듯 찾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도 나치 시절 유대인 음악가들을 ?아내는 과오를 저질렀다. 바이로이트는 당시 ?겨난 음악가들 이름을 일일이 밝히고 사죄하는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바그너 음악 자체가 반유대주의를 표방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지금도 바그너 음악을 꺼리지만, 오늘날 바그너는 베토벤이나 말러처럼 오케스트라가 반드시 연주해서 넘어야 할 고봉이다.

바그너 탄생 200주년인 올해 한국 음악계도 바그너에 도전한다. 가장 굵직한 공연은 정명훈이 지휘한 지난 7일 서울시향의 바그너 오페라 관현악 하이라이트, 22일 열리는 KBS교향악단의 '발퀴레' 1막 공연, 10월에 국립오페라단이 한국 초연하는'파르지팔'이 있다.

KBS교향악단의 22일 공연은 잘츠부르크 주립극장 지휘자 등을 역임한 카이 뢰리히가 지휘한다. 메인 프로그램인 '발퀴레' 1막과 함께'리엔치' 서곡과 '탄호이저' 서곡, '신들의 황혼' 중 '지크프리트'의 장송곡을 연주한다. KBS교향악단은 1997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수석 주자들, 금관 연주자들과 함께 바그너를 연주해 바그네리안들을 열광시킨 적이 있다. 16년 만인 이번 공연에는 캐서린 네이글스태드(소프라노), 마르코 옌취(테너), 하성헌(베이스) 외에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으로 활동했던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이 객원악장으로 참여한다.

'파르지팔'은 바그너 최후의 오페라다. 이 작품의 깊이와 위상으로 볼 때 메가톤급 공연이다. 국립오페라단으로서는 사상 최대 모험이자 시험대인 셈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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