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재봉틀은 뭐든 드르륵 만들어 낸다. 새 청바지를 사줄 형편이 안 되지만 검도바지 천으로 청바지도 뚝딱, 다른 아이들보다 땀이 많은 아들을 위한 얇은 체육복 윗옷도 척척이다. 청바지는 이상하고 체육복은 반들반들 와이셔츠 같아 아이들 놀림을 받지만….
(천개의바람 발행)는 아빠가 없다는 것 빼고는 그저 조금 가난할 뿐, 평범한 초등 3학년 요시후미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 그림책이다. 요시후미는 아빠 참관수업 안내문을 받은 날, 엄마에게 "아빠 만들어 줘"라며 되지 않는 떼를 쓴다. 재봉틀로 뭐든 다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엄마이지만 이번만은 들어줄 수가 없다. 그런데 참관 날 요시후미에게도 아빠가 나타난다.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 양복을 지어 입고 아빠로 변신한 엄마의 모습이 읽는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삐뚤빼뚤 일그러진 물감 선이 아릿하게 마음으로 번지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일본의 그림책 전문잡지가 선정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 1위에 올랐다. 하세가와 요시후미 글, 그림. 김소연 옮김. 6~9세ㆍ1만1,0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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