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이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무인기를 격추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해 파장이 예상된다. 11일 파키스탄 총선에서 반미ㆍ친이슬람 성향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나온 법원의 이번 판결로 미국의 대테러 전쟁 수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페샤와르 고등법원은 9일 미국 무인기 공격 반대 운동을 하는 '기본권 재단' 등 인권단체 4곳이 낸 탄원에 대해 "인권 침해 행위"라며 이같이 판시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파키스탄 영토와 영공에서 이뤄지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무인기 공격은 뻔뻔스런 주권침해"라며 "미국 무인기의 공격처럼 살인이 유일한 목적인 작전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파키스탄 국민은 무인기 공격을 무력으로 막거나 격추하라고 군에 요청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파키스탄 정부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무인기 공격을 비난하도록 요구하고 미국에도 무인기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라고 명령했다. 미국에는 또 잘못된 행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파키스탄 북서부 부족지역 행정부의 공식 자료를 인용,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무인기 공격으로 어린이, 여성 등 민간인 1,44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샤리프가 집권하면 미국 주도 대테러 전쟁에서 빠지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샤리프 정부가 들어설 경우 이번 법원 판결을 이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기본권 재단'의 샤자드 악바르 변호사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고도 무인기 공격이 계속되면 이는 차기 정부가 이번 판결을 어겨 법정 모독죄를 저지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키스탄 반군 파키스탄탈레반(TTP)은 총선 당일 자살폭탄 테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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