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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크렘린 '러시아판 페이스북' 전방위 압박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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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크렘린 '러시아판 페이스북' 전방위 압박작전

입력
2013.05.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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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브이콘탁테(VKontakte) 본사와 창업자 파블 두로프(28)의 아파트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경찰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두로프 대표가 연루돼 본사와 그의 자택을 수색한 것"이라며 "해외 체류중인 두로프 대표를 조만간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브이콘탁테 대변인은 "두로프 대표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며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러시아에서는 이번 압수 수색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통제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크렘린이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이콘탁테를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이콘탁테는 러시아에서 반 정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활용돼 권력층에게는 눈엣가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그 동안 언론을 강력하게 통제해왔지만 SNS에는 압력을 가한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브이콘탁테의 급속한 성장은 크렘린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크렘린이 여론을 통제하거나 독점하는데 브이콘탁테가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재집권 이후 SNS 등을 통해 반 정부 목소리가 확산되는 것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브이콘탁테는 러시아연방 국가는 물론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 인근 국가에서 모두 2억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4,700만명이 브이콘탁테를 방문할 정도다.

브이콘탁테가 단기간에 급성장하자 크렘린은 브이콘탁테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두로프 대표가 2011년 12월 반정부 시위 관련 사이트를 폐쇄해 달라는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의 협조 요청을 거절한 뒤 압력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당시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리가 브이콘탁테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이 총선에서 부정 선거를 했다"고 밝히자 러시아 당국은 브이콘탁테에 행정 경고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SNS로 올라선 브이콘탁테의 창업자 두로프는 '러시아의 저커버그'로 불린다. 두로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을 졸업한 2006년 브이콘탁테를 개발해 시험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사용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러시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SNS로 성장했다. 그의 재산은 80억루블(2,870억원)로 추정된다.

두로프는 나이가 스물여덟 살에 불과하지만 성격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완고하고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량음료와 술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두로프는 이 같은 성격으로 인해 브이콘탁테에 담배와 술 광고를 싣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과 차별화한 전략이다.

두로프는 크렘린을 싫어하는 정치적 소신 때문에 러시아 정부의 눈 밖에 나있다. 지난해 루블화 제도를 철폐하고 외국인이 러시아 토지를 임대해 작은 자치 지역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그는 독신이고 자유인이며 특정지역 통치자라고 스스로를 설명했으며 체 게바라와 스티브 잡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슈피겔은 두로프가 크렘린을 자극하자 푸틴이 브이콘탁테를 아예 인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의 임원이 소유한 펀드가 브이콘탁테 주식의 48%를 사들였다. 나머지 주식 52% 가운데 40%는 친정부 성향의 인터넷 업체가 갖고 있으며 두로프는 12%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로프는 "내가 대표로 있는 한 상황이 악화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브이콘탁테를 통제하려면 먼저 나를 통제해야 하는데 합법적 방식으로는 나를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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