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제작된 3차원(3D) 프린터 권총 '리버레이터(해방자)'의 설계도면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돼 미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 국무부가 리버레이터 개발 단체 디펜스디스트리뷰트에 온라인에 업로드한 설계도면을 내리라고 지시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9일 보도했다. 국무부는 서한에서 "디펜스디스트리뷰트가 사전 허가 없이 국제무기거래규약에 의해 통제되는 정보를 공개했다"며 "설계도면 파일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디펜스디스트리뷰트의 코디 윌슨 대표는 지시에 따라 파일을 내렸다고 밝히고 "이번 일이 인터넷 상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국무부의 이번 조치가 한발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이번 주 초 설계도면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10만건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유명 파일공유사이트인 메가와 파이어리트베이에도 이미 설계도면이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리버레이터는 e베이 등 온라인쇼핑몰에서 8,000달러(877만원)에 판매되는 3D 프린터로 출력된 ABS 소재 플라스틱 부품 열다섯 개에 공이 역할을 하는 보통못 하나를 조립하면 만들 수 있다. 윌슨 대표는 19세기에 널리 퍼진 무정부주의에서 영감을 얻어 "모두가 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1년여에 걸쳐 이 총을 개발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규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릴랜드 리는 성명을 통해 "3D 권총은 금속탐지기에 잡히지 않을뿐더러 신원 조회 없이 누구나 제작할 수 있다"며 "권총 제작을 막고 공공 안전을 지킬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뉴욕주 상원의원 찰스 슈머도 "테러리스트, 범죄자, 정신이상자도 차고에서 총기를 제작할 수 있다"며 금지 법안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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