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빠지게 일해 봐야 경영자와 은행들만 돈 버는 세상이다. 헬렌 해럴드슨이 딱 그런 경우다. 해럴드슨은 1992년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14만 달러에 주택을 장만했다. 그녀는 몇 년 후 남편과 시작한 작은 사업 때문에 부채 4만 달러가 더 생겼다. 다행히 집값이 올라 '이지스'라는 모기지 회사에서 23만3,200달러를 대출받아 그 때까지 쌓인 빚을 갚았다.
여기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지스는 엄청난 대출 수수료와 연체 수수료를 요구했다. 그녀는 새로운 모기지로 갈아타면서 돌려 막기로 버텨냈다. 모기지를 한 번 갈아탈 때마다 거의 모든 회사들이 수수료로 4만~5만 달러를 요구했다. 빚은 어느새 46만 달러를 넘었고 집은 결국 모기지를 관리하는 회사의 손에 넘어갔다.
모기지를 처음 주선한 중개인, 모기지를 재포장한 금융사, 모기지를 관리하는 회사 등 조직화된 시스템이 그녀의 집을 빼앗아간 셈이다. 미국의 경영컨설턴트인 저자는 이 조직화된 시스템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이 해를 입더라도 책임을 회피하는 규칙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시스템이 해럴드슨의 전 재산을 원두에서 커피 뽑아내 듯 쪽 빨아갔으니 '추출적 소유구조'라 할만하다.
우리는 이 추출적 소유구조에 익숙하다. 구성원으로부터 금전적 부를 뽑아내면서 산업화 시대의 눈부신 발전을 이룬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 대기업 1,000곳의 매출 총액이 전 세계 산업생산의 80%에 육박할 정도로 기형적인 부의 집중을 낳았다. 대규모 실업, 임금 정체, 극심한 빈부격차, 가계 부채의 폭증 등도 추출적 소유구조의 부작용이다.
다행인 것은 소유구조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혁명은 경제 권력을 소수의 손에서 다수의 손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무관심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사회적 유익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든다. 이처럼 추출과 180도 궤를 달리하는 것을 저자는 생성적 소유구조라고 부른다.
생성적 구조의 가장 완성된 형태로 저자가 꼽는 것은 협동조합이다. 1840년대 처음으로 등장한 협동조합은 현재 전세계에 걸쳐 조합원 수가 10억명에 달한다. 2008년 세계 300대 협동조합의 총 매출은 1조600억 달러로 경제 규모 세계 9위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를 웃돈다. 영국 최대의 백화점 체인 존 루이스 파트너십(JLP)은 백화점 35개와 식료품점 272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 매출은 134억 달러다. JLP의 지분은 100% 직원들이 갖고 있다. 직원들은 매해 이익을 공유하며 회사 경영에 대해 공식적인 발언권을 갖는다.
경제 패러다임이 단순 이윤 창출에서 사회적 책임을 더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으며 구성원들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생성적 소유구조 안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더 강화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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