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를 향한 직원의 욕설 파문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남양유업이 결국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대리점주들과 네티즌들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불매 운동도 확산될 조짐이어서 사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에서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이 참석해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와 상생발전방안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며 "대리점피해자협의회에 대한 경찰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상생 방안으로 대리점 지원을 위한 500억원의 상생기금을 운영하고 대리점 고충처리 기구를 도입하며 그동안 받아주지 않았던 대리점들의 본사 반품을 앞으로는 받아주기로 했다. 또 대리점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대리점과 영업 목표를 함께 세우기로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밀어내기에 대해 본사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본사가 밀어내기 정황에 대해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본사는 경영과 전략에 집중하고 판매는 지점에서 하도록 업무를 나눠 놓았다"며 이번 사태를 지점 탓으로 돌렸다. 그는 또 "전년도 실적, 인구구성,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여러 분석을 거쳐 합리적으로 목표가 설정되는 것으로 안다"며 매출목표가 무리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대리점 피해자협의회는 "진정성 없는 위기모면 식 대국민 쇼"라고 못박았다. 대리점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 측은"남양유업의 사과문 발표는 이번 사태를 직원 개인의 일탈 및 일부 대리점 문제로 축소하는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벌어진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입은 모든 전ㆍ현 대리점주에게 사죄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도 남양유업의 사태 인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경영진이 영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몰랐다는 변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특히 이날 사과 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홍원식 회장은 당일에도 자사주를 매도해 눈총을 샀다.
네티즌들 반응은 싸늘하다. 한 네티즌은 "가장 피해를 입은 것은 대리점주들이며, 그들에게 용서를 빌어야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본인들은 모르는 척 아닌 척 직원의 잘못인 것처럼 주장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역시 확산될 조짐이다. 편의점에 이어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 한국시민사회연합회 등 150여개 시민사회·직능·자영업 단체는 이날 남양유업이 변명과 형식적 사과만 고집하면 20일부터 600만명의 자영업자들이 동참해 남양유업 불매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문구생산 및 유통인협회도 10일부터 불매운동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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