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억울한 사연을 풀어 달라는 중국인의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의혹을 풀어달라는 시위가 벌어지고 관영 언론도 의혹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당국은 의혹을 해명하는 글을 신속히 올리는 등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9년 전 발생한 칭화(淸華)대 여대생 탈륨중독 사건과 관련해 9일 "투명한 공개만이 공정을 담보하고 법률의 권위와 공신력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서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벌어지는 것과 관련해 관영 언론이 입장을 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베이징(北京)시 공안국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사고 발생 6개월 후 사건이 접수돼 범인을 특정할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당시 조사 과정에서 아무런 외부 간섭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8일 베이징시 펑타이(豊臺)구에서는 위안(袁ㆍ22)모씨의 의문사와 관련해 농민공 1,000여명이 재조사와 폐쇄회로(CC)TV 영상 공개 등을 요구하며 시위했다. 당국은 위안씨가 3일 홀로 건물에 들어간 후 옥상에서 뛰어내렸다고 밝혔지만 농민공은 위안씨가 성폭행을 당한 뒤 건물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시 공안국은 9일 웨이보에 "사건 접수 후 현장에 출동해 조사했고 주변 CCTV 등을 모두 확인한 뒤 부검까지 했으나 성폭행의 흔적이나 타살로 의심할 만한 물증을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지방에서 민원을 해도 소용이 없자 베이징으로 올라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팡(上訪)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사오룽(張少龍) 중앙기율검사위 민원실 부주임은 7일 인민망이 주최한 네티즌들과의 대화에서 "정상적인 상팡을 막는 행위를 철저히 금한다"고 밝혔다. 지방 정부가 상팡 민원인을 불법적으로 구금하기 위해 운영하는 '흑감옥'도 점차 폐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과거에도 새 지도부 초기에 민원 제기가 많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시 주석이 법치와 사법 정의를 강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시 주석은 1월 중국 전역의 공안, 검찰, 법원 등 사법기관 주요 간부들이 화상으로 참여한 전국정법공작회의에서 "모든 사법 사건 처리에서 인민이 공평과 정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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