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결과를 두고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침묵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자신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향후 대응 전략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9일 박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해 사실상 첫 반응을 보였다. 노동신문은 6면의 2단짜리 '망신행차'란 제목의 단평에서 "(박 대통령이) 첫 일정부터 낯뜨겁게 푸대접을 받았다"며 "비행장에 영접 나온 일행 중 미국 정부 관리는 한 명도 없었다. 홀대도 이만저만한 홀대가 아니다"고 비꼬았다. "첫걸음부터 무시와 창피를 당했으니 위신이 땅바닥에 떨어졌다"고도 했다.
북한은 이와함께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이날 뜬금없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태 재발방지 확약이 필요하다'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궤변"이라고 비난하는 간단한 입장을 밝혔다.
이런 반응은 최근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서해 5도 불바다'등 거친 표현으로 위협하거나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배포 등에 즉각 대응을 해온 전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일 만큼 조용한 태도다. 북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방문 첫날부터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친미사대적인 정체가 그들의 언동과 내세운 정책으로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고 공격한 바 있다.
의외로 조용한 북한의 반응과 관련해 우선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대와 달리 '도발과 대화, 지원과 재도발로 이어진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강경기조가 나오자 혼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올리면서 은근히 평화체제 논의나 대북정책 전환과 같은 당근책을 기대했을 수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그런 기대를 저버리자 매우 불편하고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2개월 여간의 대미ㆍ대남 무력시위를 통해 얻은 게 별로 없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향후 대응책 모색이 그만큼 어려워진 셈이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당분간 대화에 응하기 보다 핵 보유국 지위 보장이나 최고존엄 훼손행위에 대한 사과 요구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다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한미 양국에서 대화 제스처가 나오지 않을 경우 또다시 긴장조성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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