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공급은 넘쳐나고 팔리지는 않는 '공급과잉'과 '수요둔화'의 쌍끌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계속된 전세계 경기불황과 엔화 약세까지 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철강사들은 사업다각화와 신규 영역 개척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은 최근 수년간 공급과잉 상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 국내 자동차 생산량 및 조선 건조량이 빠르게 늘면서 생산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요구에 맞닥뜨렸다. 바로 증설 경쟁이 불붙었고, 그 결과 한국의 제강능력은 2001년 4,989만톤에서 2011년 8,193만톤으로 60% 이상 증대됐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요가 급감하면서 남아도는 철강재를 처분할 판매처가 마땅치 않았다. 특히 철강산업의 최대 수요처인 부동산 시장이 최악의 침체에 빠진 탓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 미국과 일본에서 나타난 철강 수요와 부동산 경기의 동조화 패턴이 한국에서도 재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는 정체됐는데, 철강재 수입량은 되레 늘고 있는 것도 공급과잉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1분기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78만1,194톤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엔저 공습으로 일본 철강재의 평균 수입가격이 13.8%(115달러)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 국내 철강업체들은 사업다각화를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의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 철강 영역에 집중한 수직적 다각화가 핵심이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수직 일관화 체제를 갖춰 안정적인 제품 판매처를 확보했다. 덕분에 지난 10년 간 현대제철의 판재류, 봉형강류의 명목소비량은 17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포스코도 지난해 3월부터 계열사 구조재편을 진행하면서 비핵심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핵심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 24개를 축소했으며, 올해 말까지 6개를 더 처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영역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대표적 분야가 에너지강재 시장. 동국제강은 지난달 오일메이저 엑슨모빌의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용 후판 공급사 승인을 통보 받았다. 조선업 침체에도 고부가가치 분야로 각광받는 해양플랜트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앞서 2월 포스코도 업계 최초로 프랑스 토탈사의 FPSO(원유시추 생산ㆍ저장시설)에 사용되는 후판 8만8,000톤을 전량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노경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개별 철강업체가 수급 상황을 자체적으로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다양한 생존모델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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