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드는 걸 직업으로 삼고 있는 내게 엊그제 터진 사재기 파문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출판사 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고, 작가는 절판과 법적대응을 선언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다. 출판사가 오죽하면 자신들이 낸 책을 도로 사들였겠느냐, 그것은 왜곡된 유통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선택일 수 있다는 동정론도 있고, 상도의를 거론하면서 정의와 양심이라는 단어로 엄정한 단죄를 주장하는 측도 있다.
내 생각에, 이것은 출판업의 일그러진 초상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개인의 취향이나 소신이 존중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인습이 가장 큰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보는 영화, 많은 이들이 보는 책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믿어버리고 그것에 크나큰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소비하는 것이 건강하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증빙이라고 생각마저 하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소수의 취향이, 그리고 그 취향에 반응하는 문화적 성취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독자들이 베스트셀러 정보에 기대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작가를 가릴 수 있는 고유한 눈을 갖기를 바라는 건 순진한 생각일까. 더 늦기 전에 문화소비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이 있어야겠다. 실현 가능성은 전혀 없겠지만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집계 및 발표를 아예 하지 않는 건 어떨까.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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