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의 자손들이 아비 곁에 둥지를 튼다.
충북 보은군은 내년까지 정이품송 옆을 흐르는 달천 인근 1,470㎡에 '정이품송 후계목 정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정원이 들어설 곳은 현재 정이품송이 있는 곳에서 직선거리로 100m가량 떨어진 천변 저류지로, 달천 정비사업의 하나로 조성한다.
군은 이곳에 정이품송을 빼닮은 자목 20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1998년 정이품송에서 채취한 솔방울을 발아시켜 키운 자목 15그루와 2004년 정이품송 송홧가루를 '정부인송'로 불리는 서원리소나무(천연기념물 253호)와 교배해 얻은 자목 5그루를 이식한다.
이들 자목은 현재 청원군 미원면에 있는 충북도산림환경연구소 양묘장에서 자라고 있다.
1998년생 나무는 높이 3.5∼4m, 밑동 지름 12㎝ 가량 되고, 2004년생은 높이 2.5∼3m, 밑동 지름 10㎝까지 컸다.
마승근 도산림환경연구소장은 "양묘장에서 자라는 400여 그루의 자목 가운데 정이품송 특유의 좌우대칭 원추형 외모를 가장 많이 닮은 것을 엄선해 후계목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충북도산림환경연구소는 정이품송의 노쇠현상이 뚜렷해지기 시작한 1990년대 들어 정이품송의 혈통을 잇는 유전자 보존 및 증식 사업을 본격화했다. 양묘장에서 키운 자목 5그루를 1996년 충북 개도(開道)100주년 행사에 맞춰 아비 곁에 옮겨심었다.
이후 이 자목들이 성장하면서 아비의 생육 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자 10년 만에 4그루는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보호센터 등으로 옮겼다. 현재 정이품송 곁에는 자목 1그루만 남아 있다.
보은군 관계자는 "아비의 생육환경에 지장이 없도록 자목들을 달천 건너편 100m떨어진 곳에 심기로 했다"며 "정원에는 속리산을 상징하는 팔봉을 작은 언덕으로 재현하고 봉우리 주변에는 작은 실개천도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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