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연 2.5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깬 깜짝 조치로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인하한 것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를 동결한) 4월과의 상황 차이는 유럽중앙은행(ECB) 금리와 추경"이라고 밝혔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금리를 잇달아 인하하며 양적 완화 대열에 동참하는 추세다. 유럽중앙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한 데 이어 호주중앙은행도 예상을 깨고 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아베노믹스로 상징되는 일본의 양적 완화에 따른 엔저 현상의 심화는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각종 악재 속에서 한국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 경기부양에 나선 만큼 통화정책도 보조를 맞춰야 부양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은의 경기에 대한 인식과 전망은 그 동안 금리를 동결할 때의 평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 때문에 금리 인하 결정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정부와 정치권 등의 압박이 결정적 변수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제적 요소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난 달 전방위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동결하며 기 싸움을 했던 김 총재로서는 모양새를 구기게 됐다.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금통위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갈린다. 당장 대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돼 투자가 늘어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유동성이 실물로 이어지지 못하고 4ㆍ1 부동산대책과 맞물려 가계 부채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요한 건 금리 인하가 투자 등의 효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남 탓할 명분도 사라졌다. 추경과 기준금리 인하라는 두 가지 주요 거시정책 수단을 모두 확보한 만큼 이제야말로 현오석 경제팀의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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