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 때 백2가 부분적으로는 기가 막힌 묘수다. 이 수가 놓이자 다음에 어떻게 변화해도 요석인 중앙 흑 두 점(▲)이 살아갈 수 없다. 이 수가 놓이자 당시 관전자들 사이에서 “그럼 단박에 역전이 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잠시 나돌았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백홍석이 남은 1분 초읽기 두 개를 모두 사용하며 열심히 수를 읽은 다음 시간 연장책을 겸해서 먼저 3으로 단수 친 게 침착한 응수다. 백이 1로 이으면 2, 4로 둬서 흑 두 점을 죽이는 대신 백돌 전체와 수상전을 벌이려는 것이다. 이 싸움은 물론 백이 안 된다.
이세돌이 할 수 없이 4로 단수 쳐서 중앙 백돌을 살렸지만 이번에는 5부터 7까지 하변 백이 다 잡혀 버렸다. 이래서는 사실상 바둑이 끝났다. 하지만 워낙 중요한 대국이라 이대로 돌을 거두기가 너무 아쉬웠는지 이세돌이 이후에도 한참 동안 더 버텨봤지만 이미 기울어진 형세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231수 끝, 흑 불계승.
백홍석이 지난해 비씨카드배와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잇달아 우승,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아무래도 랭킹 1위 이세돌과의 맞대결에서는 조금 불리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명인전 결승 5번기 첫 판을 기분 좋게 승리로 장식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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