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 마타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에서 주인공인 어린 사자 심바를 흑멧돼지 품바와 미어캣 티몬이 위로하면서 이렇게 외친다. 아프리카 주요 토착어의 하나인 스와힐리어로 "근심 하지마. 다 잘 될 거야"라는 뜻이다. 영화 속에서 품바와 티몬이 함께 부른 노래 '하쿠나 마타타'는 영화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하쿠나 마타타는 영화'미녀는 괴로워' 등에도 등장하면서 세계인들에게 스와힐리어란 언어의 존재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 차량을 타고 야생동물을 구경하는'사파리'(safari)도 여행이라는 뜻의 스와힐리어 말에서 유래했다.'라이언 킹'의 주인공 심바는 스와힐리어로 사자, 그를 돕는 비비원숭이 라피키는 친구라는 뜻이다. 3,000~4,000개에 달하는 아프리카토착 언어 가운데 동아프리카의 스와힐리어는 하우사어(서아프리카), 줄루어(남아프리카) 등과 함께 세력권을 형성하는 주요 언어에 속한다.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에서 6,000~7,000만 명이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아프리카에 스와힐리어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아랍 무역상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진 7세기경이라고 한다. 자연히 아랍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고 아랍어와 유사한 단어들이 적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원래 글자 없이 말로만 소통되던 언어였는데 영국 선교사가 로마자 알파벳으로 표기법을 만들었다. 모음과 자음이 단순하고 문법도 영어와 비슷해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익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버락'이란 이름은 스와힐리어로'축복 받은'(blessed)의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한미 정상회담에 이은 오찬 자리에서 이를 언급하며 "제 이름자 중 혜(惠)도'축복 받은'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우리 두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 상당히 많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보이며 즐거워했다. 정상간의 친밀한 인간관계 형성은 중요한 외교자산이다. 박 대통령의 센스로 스와힐리어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는 좋은 소품이 됐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k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