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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파문 확산] "돈·권력 만능주의 병폐… .이 뛸수 있는 공정한 룰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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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파문 확산] "돈·권력 만능주의 병폐… .이 뛸수 있는 공정한 룰 마련을"

입력
2013.05.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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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강제로 떠안기는 '밀어내기' 를 거부한다며 아버지뻘의 대리점주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은 유제품 회사의 영업사원, 경품으로 내건 수입 고급차 비용이나 매장 실내장식 비용을 입점업체에 뒤집어 씌우는 백화점…. 우월한 지위를 바탕으로 영세하고 조직력이 약한 유통업체를 착취하는 '갑을 관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압축성장을 거친 우리나라에 전근대적 계약관계가 청산되지 못했고, 강자(기업)에 치우친 불공정한 관계를 국가가 바로잡지 못하는 것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청산 안 된 사회ㆍ문화적 권위주의

전문가들은 힘과 자본을 더 가진 사람들이 적게 가진 사람을 압박하는 권위주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무관심한 기업들의 윤리의식이 이런 기형적인 갑을관계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경우 힘을 가진 자본가들이 더 적게 가진 사람을 일방적인 힘으로 압박하는 문제를 이미 19세기에 해결했으나, 우리는 이런 부당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모순이 시장 자체를 죽이는 단계까지 이르자 사회적으로 큰 반향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한국의 기업가들은 기업이 사유물이 아니라 공공의 소유물이라는 의식이 부족하다"며 "기업가들이 이런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유연성ㆍ개방성이 특징인 글로벌 경제에 편입하려는 한국 경제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대적인 계약관계는 동등한 주체가 맺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도급 계약이 보여주듯 우리나라에서는 비대칭적인 관계라는 것이 특징"이라며 "압축발전으로 인해 전근대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요소들이 청산되지 못한 채 기업운영에 남아있다"고 밝혔다.

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기업(재벌)이 횡포를 부려도, 정부와 국회는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고 시민들도 이를 방관해 온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기업들이 담합으로 적발되더라도 과징금은 기업이 불법으로 얻은 이익보다 터무니 없이 적고, 깎아주는 일도 다반사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사건 과징금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애초 22개 담합사건에 1조438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으나 조정과정에서 3,82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1,100억원대의 벌금을 선고받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인 사면'받는 낯뜨거운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니 '슈퍼갑'들이 도덕적ㆍ윤리적으로 타락한다"며 "정부나 국회가 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처벌하지 않으니 이들 슈퍼갑들이 중소상공인, 대리점업주, 노동자들을 오만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을'들을 위해 실질적이고 공정한 거래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대리점ㆍ특약점 등 하부 판매조직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을 주문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업본부와 개별가맹점의 비대칭 관계는 가맹점의 교섭력을 높여주기 위한 법개정으로,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착취는 중소기업이 이룬 성과를 중소기업이 가져갈 수 있는 성과공유제를 도입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팀장은 "횡포를 부리는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소비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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