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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을 뒤집고 한방으로 끝내고… 화끈한데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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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을 뒤집고 한방으로 끝내고… 화끈한데 불편해

입력
2013.05.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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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왜 이처럼 많은 '엘 클라시코'가 연출되는 것일까.

엘 클라시코는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대표적인 명문 구단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맞대결을 일컫는다. 본래 의미는 전통적인 라이벌로서 두 팀이 만나면 매 경기 치열한 혈투를 벌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LG와 넥센이 서로를 물고 뜯어 '엘넥라시코'라는 용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2013 프로야구가 심상치 않다.

긍정적으로 보면 엘 클라시코 같은 승부가 많이 연출되고 있고, 냉정히 보면 야구답지 않은 야구가 펼쳐지고 있다. 강 팀의 경기 시간은 길지 않다. 선발-필승 계투조-마무리로 이어지는 마운드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고, 굳이 대량 득점이 아니더라도 3~4점을 뽑아내면서 승리를 지켜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엔 이 같은 팀이 보이지 않는다. 2008년 SK, 2012년 삼성 같은 막강한 팀이 없다.

SK는 8일 1-11로 뒤지던 경기를 기적처럼 뒤집었다. 야금야금 따라붙기 시작해 9회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같은 날 창원에서도 9회 승리의 주인이 바뀌었다. 한화는 3-4로 뒤진 경기를 6-4로 뒤엎으면서 이틀 연속 9회 2사 후 역전승이라는 기쁨을 맛봤다.

기록만 보면 분명하게 지난해 보다 역전 빈도가 잦다. 올해 7회 이후 승부를 뒤집은 팀은 넥센과 LG가 3차례로 공동 1위, 그 뒤는 롯데, 한화(이상 2번) 삼성, SK(이상 1번)가 뒤를 잇고 있다. 총 12번 나왔다. 반면 같은 기간 작년에는 두산, 롯데가 각각 2차례 7회 이후 역전승을 하는 등 모두 7차례 나왔다.

문제는 '지키는 야구'를 하지 못하는 9개 구단의 속 사정에 있다. 막강 불펜을 구축하고 있는 팀이 없다. 이기고 있어도 편치 않다. 오히려 불안하다.

두산 홍성흔은 "불펜이 불안하면 3~5점 차 앞서고 있어도 야수들이 불안해 한다. 그리고 한 두 번 역전을 허용하면 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놓았다.

불펜 부진의 주된 이유로는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 볼넷 남발 등이 꼽힌다. 여기에 기록된 실책과 기록 되지 않은 실책까지 겹치는데다 '동네 야구'같은 엉성한 플레이가 속출하다 보니 시간을 시간대로 늘어지고, 막판 어이없는 역전극이 연출되곤 한다.

타격 기술의 진화도 한 몫 하고 있다. 삼성 배영수는 "요즘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상당히 진화했다. 전력 분석 기술이 좋아지면서 투수 보다 타자들이 더 발전하는 것 같다"며 "예전보다 야구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몸쪽 공을 가장 잘 던지는 투수 중 한 명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그래도 타자와의 승부는 갈수록 힘들다고 했다.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어도 평소 공부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김무관 LG 코치의 의견도 비슷했다. 김 코치는 "각종 장비가 도입되면서 투수들이 주로 던지는 코스나 직구의 회전수까지 분석되고 있다. 아무래도 타자 보다 투수들이 어려워졌다"며 "여기에 타자들 스스로 이상적인 스윙 궤도를 찾고 반응 속도를 늘리는 등 노력을 하고 있어 전체적인 수준이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점수를 많이 주고 받는다고 치열한 게임이 아니고, 멋진 승부가 아니다. 빈틈 없이 촘촘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공수주는 물론 마운드까지 짜임새 있는 경기를 해야 '진짜 프로야구'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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