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원 욕설 파문'과 관련, 남양유업 측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했다. "영업현장에 '밀어내기(대리점에 대한 과다물량 물품 강매행위)' 등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대리점과 (판매)공동목표를 수립하고, 대리점주가 원하지 않는 물품, 물량은 즉각 반송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500억 원 규모의 대리점 상생기금 운영 등의 방안도 밝혔다.
뒤늦게나마 사과는 다행이지만, 진정성에 대해선 의구심이 적지 않다. 실제로 남양유업 대리점 문제는 이미 3년 전부터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개선조치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다. 이번에 음성파일 공개로 여론이 들끓고, 검찰 수사와 함께 불매운동까지 확산되면서 당장 영업피해가 현실화하자 마지못해 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였고, 그 구조 위에서 지금껏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본사 차원에서는 이런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해명도 신뢰하기 어렵다.
남양유업의 대리점 횡포 및 상납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은 본사 압수수색에 이어 조만간 회사 임직원 소환, 불공정 행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남양유업뿐 아니라 서울우유, 매일유업 등 유류업계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엄정한 수사와 조사, 관련자에 대한 책임추궁을 통해 차제에 이른바 '갑을' 간의 부당한 관계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대리점에 유독 가혹했던 남양유업이 문제의 시발점이 됐지만, 사실 이 같은 불공정관행은 유제품업계를 넘어 프랜차이즈, 유통업계, 대기업 등 우리 기업 전반 어디서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권의 부당한 갑을 관계에 대한 조사를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개별시정을 통한 관행 타파는 부지하세월일뿐더러 충분치도 않다. 그런 점에서 마침 여야가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기 위해 관련 입법에 의견을 모은 것은 고무적이다. 이 문제 해결이 바로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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